[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5G 상용화로 전기를 맞은 증강·가상현실(AR·VR)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신속 정확하게 전송할 수 있는 5G는 AR·VR에 없어선 안 될 필수재다. 실감 콘텐츠가 대표적인 5G 킬러서비스로 꼽히는 이유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2020’에서는 각양각색의 실감형 서비스가 모였다. 특히 AR·VR 기술을 주도한 것은 국내 통신사다. 지난해 4월 최초 5G 상용화 이후 부지런히 경쟁력을 확보해온 덕이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CES 전시관을 꾸린 SK텔레콤은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합성되는 ‘인터랙티브 시네마틱 AR 렌더링’ 기술이 적용된 ‘점프 AR 아쿠아월드’로 시선을 모았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물속에서 바다거북 등 캐릭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하현회 대표가 직접 나서 AR·VR 먹거리를 챙겼다. 올해 1분기까지 독점으로 시범 서비스 중인 엔리얼의 ‘AR글래스’를 직접 착용하며 살핀 한편, 중국 VR 기기 제조사 피코(PICO) 전시 부스를 방문해 VR 헤드셋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일부 AR·VR 전용 서비스들은 빈약한 콘텐츠와 설익은 기술력으로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테크 이스트(Tech East) 전시관의 사우스홀(South hall)1에는 AR·VR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이 마련됐음에도 크게 눈길을 끄는 콘텐츠가 없었다.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는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8K OLED TV 외에도 올인원 VR 헤드셋(HMD) 등을 내놓고 전용 체험존을 꾸렸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화질과 단시간 착용에도 느껴지는 어지럼증 등 개선점이 여전했다.
CJ그룹 가운데 CES에 첫 참가한 CJ 4D플렉스는 ‘미래의 영화관’을 표방한 ‘4DX 영화관’으로 선방했다. 24석 규모 영화관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줄을 섰다. 다만 데모 형태로 공개한 모바일 AR 게임 ‘4DX AR’은 어린이용 캐릭터와 단순 스토리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국내 기업 코스윌은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하이퍼비전(Hypervsn)’을 선보였다. 4개 회전 날개에 장착된 LED로 고해상도 3D 홀로그램을 구현한다. 홀로그램 역시 5G로 주목받는 실감기술 중 하나지만 아직은 활용도가 많지 않다. 하이퍼비전은 주로 제품 광고에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AR·VR의 대중화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보인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조차 사업을 접는 사례가 늘고 있다. VR의 경우 HMD를 착용하는 특성상 무겁고 가격도 비싸다. AR 기기도 매한가지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도 개발 중단 또는 출시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