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가전 쇼로 출발한 CES는 회를 거듭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전시회로 발전했다. 달리 말하면 가전(개인)과 ICT(산업)의 경계가 그만큼 흐려졌다는 의미다. CES의 오랜 화두인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단순 이동체가 아닌 하나의 ‘개인화된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CES2020’에서는 자동차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유수 기업들의 기술경연이 펼쳐졌다. 완성차업체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가전업체 소니는 전기·자율주행차 시제품 ‘비전-S’를 공개하고 직접 시장에 진출한다. 또 인텔·퀄컴 등 통신칩 업체부터 SK텔레콤과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빌리티 비전이 제시됐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현장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현대자동차의 ‘플라잉 카(Flying Car)’다. 공중에서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의 ‘S-A1’ 전시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북적였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를 준비해왔다. S-A1은 그 첫 작품이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글로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이 1조5000억달러(약 175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보잉, 아우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와 우버는 올해부터 플라잉 카를 이용한 ‘항공택시’를 시범적으로 선보인다. 목표한 상용화 시점은 2023년이다.
벤츠는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콘셉트 카 ‘비전 AVTR’로 미래지향적 상상력의 범위를 넓혔다. 할리우드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룬과 협업했으며 ‘인간과 기계의 연결’을 강조한다. 핸들·페달·대시보드가 없고, 오직 차량 조작 컨트롤러와 전방 디스플레이만 있다. 탑승객이 컨트롤러에 손을 올리면 손 압력과 심박 수에 맞춰 최적의 주행을 시작하는 식이다.
아우디는 자동차가 스스로 생각하고 탑승자와 교감하는 콘셉트의 ‘아우디 AI:ME’를 중점적으로 전시했다. 사용자 습관을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지능형 자동차다. 탑승자의 시선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차량과 바로 소통한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면 차를 타고 가상 비행을 즐길 수 있으며,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전장과 솔루션도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5G 기반 디지털 콕핏 신제품을 공개했다. 5G 기술을 전장 분야까지 확대해 처음으로 차량용 5G 통신제어기기(TCU)를 상용화했다. 2021년 양산하는 BMW 전기차 ‘아이넥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스위스 소프트웨어업체 ‘룩소프트’와 손잡고 디지털 콕핏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콕핏은 전방 차량 운전 장치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운전자는 물론 전 좌석 탑승객에게 제공되는 추세다. 서비스 자체는 철저히 개인화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를 통해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영화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각자 좌석에서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다. 차 안에서 집 안의 가전기기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통합 IV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전기차업체 바이톤과 손잡았다. SK텔레콤 통합 IVI는 자사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음원 서비스 ‘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등을 차량 기본 탑재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