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삼성전자와의 인공지능(AI) ‘초(超)협력’ 계획을 시사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다 과감한 기술 공유와 서비스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의지다.
SK텔레콤은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2020’에 참가하고 있다. 박정호 대표는 8일(현지시간) 전시가 진행 중인 컨벤션 센터 인근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박정호 대표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AI 관련 논의를 주고받았다. 구체화 되진 않았으나 이름을 붙이자면 ‘초협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능력은 합치되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은 각자 원하는 방향대로 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가전을 비롯한 홈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양사의 전방위적인 AI 협력이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각각 ‘빅스비’와 ‘누구(NUGU)’라는 AI 플랫폼을 두고 있다. 삼성과의 IoT 협력이 가시화되면 허브 역할은 ‘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박 대표는 언급했다.
양사 모두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지만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AI 플랫폼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인공인간(Artificial Human)’ ‘네온(NEON)’을 내놨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박 대표는 “빅스비나 누구가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스탠드에 맞추기 위한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동 협력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우리끼리 따로 해서는 도저히 게임이 안 된다는 데 고동진 사장도 상당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초협력’ 시나리오는 사실상 벌써 시작됐다. 미디어 분야에서 SK브로드밴드가 지상파 3사와 손잡고 탄생시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가 대표 사례다. 제반 영역에서 경쟁해온 카카오와도 지분 스왑을 포함해 AI 분야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의 초협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각 분야 특화된 다양한 업체들과 손잡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잘하는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에 다 내주게 된다”면서 “한국 기업들과 의미 있는 AI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AI를 중심으로 국내 ICT 기업들의 ‘초협력’을 대대적으로 제안하면서 이에 대한 후속 논의들이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사명 변경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동통신(MNO) 기업을 넘어 뉴(New) ICT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초협력’ 구상의 연장선이다. 박 대표는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 변경을 고민할 시점”이라며 “MNO 사업 매출이 전체의 50% 미만으로 가게 되면 ‘텔레콤’보다는 하이퍼커넥터(초연결) 의미를 담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MNO 사업과 뉴 ICT(미디어, 보안, 커머스) 사업으로 양분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이 2가지를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는 ‘듀얼OS’ 경영 체제를 도입해 속도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