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돌, 접바둑 학습량 부족한 상태서 이세돌 9단 맞아 - 이 9단 묘수 이후 알파고도 한돌도 ‘떡수(실착)’로 자멸 - 맞바둑선 AI 우세…한돌, 3년전 알파고보다 기력↑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 9단은 알파고(AlphaGo)와의 일전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프로기사다. 이번엔 NHN 한돌(HanDol)과의 은퇴기념 대국에서도 1승을 가져갔다. 두 번 모두 불계승이다. AI가 도중에 대국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지난 18일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9단 고별전에서 바둑계 예상과 달리 한돌이 충격패했다. 내로라하는 국내 프로기사들이 전패하는 등 한돌의 기력은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한돌의 충격패는 호선이라 불리는 맞바둑이 아닌 ‘2점 접바둑’을 뒀기 때문이다. 흑 2점을 깔고 시작한다. 백(한돌) 입장에선 대국 시작 때 승률이 8%에 그친다. 반대인 흑(이세돌) 입장에선 승률이 92%인 셈이다. 이 상황에서도 바둑계는 한돌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 9단의 묘수에 한돌도 허점을 드러냈다. 아무리 한돌이지만 2개월여 접바둑 학습량으론 세계 최고 기사인 이세돌 9단을 잡기 어려웠다. 78수가 ‘신의 한수’였다. 알파고 대전에서도 78수가 승부처였다. 이후 알파고와 한돌은 이른바 떡수(실착)를 두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AI 알고리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NHN은 한돌의 충격패 이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나름 이유 있는 패배였지만 포털이나 커뮤니티의 일반 이용자들은 일단 한돌의 기력을 낮잡아보는 분위기다. ‘알파고 이후 3년여가 흘렀는데 AI 개발을 게을리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한돌은 3년전 알파고보다 기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 기간 수많은 기보 데이터로 학습했다. NHN이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면서 확보한 노하우도 녹였다. 두 번의 판올림을 거쳐 현재 3.0버전을 운용 중이다.
구글은 알파고 대전 이후 AI 선두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번 은퇴기념 대국은 이 9단 측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NHN도 내심 노리는 바가 같다. 한돌이 남은 대국을 승리한다면 AI 기술력까지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다.
19일 정오로 예정된 두 번째 대국은 지금껏 보인 한돌의 기력이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9단이 또 한 번 묘수를 발휘할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