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AlphaGo)와 대전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인공지능(AI)과 맞붙는다. 상대는 NHN(대표 정우진)의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HanDol)’이다.
18일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대전이 시작됐다. 이날 1국과 19일 2국이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리며 마지막 3국은 오는 21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개최된다.
◆이세돌 9단 고별전…뜨거운 관심=‘이세돌 VS 한돌 대국’은 은퇴를 선언한 이 9단의 고별전으로 국내 바둑 AI 프로그램 중 최고 기력을 갖춘 한돌을 점찍었다.
한돌은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기록했고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첫 출전, 3위 수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이날 대국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세간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 9단은 1983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1995년 12세에 프로가 된 이후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간 프로 바둑 기사다. 2000년 32연승을 기록한데 이어 2002년에는 프로 3단으로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이창호가 세운 최저단(5단) 세계대회 제패 기록을 경신했다.
2016년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그는 네 번째 게임을 이기면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한돌과 일전’ 승패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인간이 AI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은 여러 번 대국에 여실히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 승패가 정해졌다면 이 9단이 대국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번 은퇴 기념 대국은 이른바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된다.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먼저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방식이다.
첫 대결을 한돌이 이기면 2국에서는 이세돌이 3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게 되며 반대로 이세돌이 1국을 잡으면 2국에서는 서로 동등(호선)하게 대결을 하게 된다.
NHN이 이번 대국을 추진한 지는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기획 이후 실무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한돌이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게 NHN 설명이다.
이 때문에 평소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을 학습해온 한돌에게도 이번 대국은 도전으로 평가된다.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2점 접바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력이 올라온 상황이지만 3점의 경우 NHN 개발진 내부적으로도 승패를 가늠할 수 없어 혼전이 예상된다.
대국 현장을 방문한 정우진 NHN 대표는 “과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맞붙던 시점에는 과연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승부’나 ‘대결’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부터 열릴 대국은 ‘승패 결과’보다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서로에게 이롭게,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