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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넘보는 네이버, 라인·웹툰은 어떻게 글로벌로 갔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우리의 경쟁 상대는 디즈니, 마블, 넷플릭스 같은 대형 콘텐츠 회사들이다. 이들에게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5년, 10년 뒤 아시아의 디즈니로 성장하겠다.”(손혜은 네이버웹툰 책임리더)

손혜은 네이버웹툰 책임리더가 29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3회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NAVER DESIGN COLLOQUIUM)’에서 밝힌 포부다. 네이버는 최근 웹툰과 밴드 등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들을 글로벌화해 해외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에는 손혜은 리더에 이어 서재호 네이버밴드 리더가 라인 서비스의 미국 시장 진출기를 전했다. 이들이 밝힌 네이버 글로벌 서비스의 해외 진출 전략은 ‘현지화’로 요약된다. 국가별 이용자 특성을 분석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버전 ‘라인웹툰’은 2014년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한 결과 현재 100여개국에서 만화 앱 수익 1위를 달성했다. 지역 특수성이 강한 일본과 중국에선 각각 ‘라인망가’와 ‘동만’이란 이름으로 서비스한다.

손혜은 리더는 “국가별로 다른 니즈에 대응해야 했다. 아시아권에선 랭킹과 좋아요 수를 보고 작품을 정하고, 미국에선 장르와 볼거리를 직접 선택하며 자기 취향을 중시했다. 또 작품 수가 급격히 늘자 신규 이용자는 오히려 작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웹툰 서비스 구성을 국가별로 달리해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에선 순위 위주로 작품을 배열하고 하단에는 운영자가 추천해주는 컬렉션이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미국에선 개인 맞춤 추천과 함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아마추어 작품 노출을 늘렸다.

아울러 신규 이용자를 위해 첫 화면에서 선호 장르와 그림체를 선택하고 개인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받는 ‘온보딩(On-Boarding)’ 프로세스도 도입했다. 손혜은 리더는 “온보딩을 적용한 이후 여러 국가 이용자들의 재방문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손혜은 리더는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땐 웹툰에 대한 개념과 인지가 전혀 없던 웹툰 불모지였다”면서 “그래서 단계적 전략을 세워 1단계 크리에이터 포섭, 2단계 코어 타겟 설정, 3단계 유저 영역 확대 등으로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재호 리더는 네이버 밴드를 글로벌 그룹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한 도전 과정을 전했다. 밴드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미국을 첫 타게팅 시장으로 삼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네이버 인지도가 거의 없는 미국 진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서 리더는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살려 3단계 전략을 꾀했다”면서 “처음엔 현지 마케팅 활동으로 신규 이용자를 끌어온 다음, 밴드 화면 인트로와 회원가입 절차를 현지에 맞게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 캘린더 등 미국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먼저 밴드의 다양한 커뮤니티 기능을 부각하고, 그룹을 위한 모든 기능이 밴드에 있다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어 학생들의 모임 활동에 필요한 공지사항·일정·채팅 기능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방과 후 활동’ 그룹이라는 새로운 타게팅을 선정했다.

이어 밴드 인트로와 회원가입 절차를 손봤다. 미국 시장에서 밴드를 설치하는 사용자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최초 사용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회원가입 단계 가입률은 중요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앱 설치 후 회원가입 완료까지 도달하는 미국 사용자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이에 네이버는 일러스트와 텍스트로 구성된 인트로를 다양한 그룹의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대체하는 한편, 회원가입 시 화면 입력 절차를 기존 7단계에서 5단계로 줄였다. 그 결과 앱 구동 후 종료율은 전보다 29% 감소, 신규 설치자의 회원가입 성공률도 45%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미국 사용자들의 만족도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예컨대 미국 사용자의 1인당 캘린더 생성률은 한국 사용자의 약 7배 수준이다. 네이버는 단순화한 캘린더 뷰에, 쉽고 빠른 일정 생성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서 리더는 “이처럼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전개한 지난 3년간, 라인의 미국 월간 사용자 규모는 약 20만명에서 현재 210만명으로 10배가 넘는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웹툰을 시작으로 밴드, 브이라이브, 네이버 클라우드플랫폼 등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와 라인을 포함해 라인프렌즈, 라인웍스, 네이버랩스 등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각 서비스의 리더가 글로벌 서비스 설계 및 마케팅 전략을 공유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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