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지난 28일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삼성전자에게 맞길 것이라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2위다. 인텔 CPU 생산은 파운드리 1위 TSMC와 격차 축소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가 목표다.
이 기사의 출발은 지난 20일 인텔이 PC 제조사에 발송한 사과문이다. 인텔 CPU 공급부족을 해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전자에 관한 내용은 없다. 글 중간 파운드리를 언급한 내용은 있다.
‘we are increasing our use of foundries to enable Intel’s differentiated manufacturing to produce more Intel CPU products.‘ 이 문장이다. 이를 일부 언론이 인텔이 CPU 위탁생산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했다. 인텔은 그동안 CPU를 파운드리에 맡긴 적이 없다. 인텔 CPU는 10나노와 1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 TSMC는 인텔 경쟁자인 AMD CPU를 제조한다. 업계 관계와 관행을 감안하면 인텔이 삼성전자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기사가 쏟아지자 인텔이 입장을 냈다. 인텔코리아는 “인텔이 자체 생산중인 품목 중 CPU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용량을 늘려, CPU 생산할 수 있는 인텔 생산시설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의미다”라며 “따라서 이 문장은 CPU의 위탁생산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라고 했다. 해석 실수라는 뜻을 완곡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기사는 그대로다. 인텔은 아니라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텔은 올 하반기 상반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CPU 공급을 늘렸다. 그래도 공급부족은 해결하지 못했다. 인텔은 미세공정 개발과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MD는 이미 7나노 CPU를 출시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경쟁 중이다. 자체 소화가 안 되면 파운드리를 써야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여전히 인텔은 PC와 서버 절대 강자다. 서두르지 않아도 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PC용 CPU 92%는 인텔이다. PC와 서버 제조사는 인텔의 일정대로 생산하고 판매한다. 인텔의 서버용 CPU 출시 지연은 메모리반도체 하강국면을 유발하기도 했다. 영향은 아직 진행형이다.
변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다. 2017년 MS는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윈도10 호환을 발표했다. 퀄컴 AP를 넣은 PC에서 윈도OS를 쓸 수 있게 했다. 윈도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구동하는데 불편이 없다. 퀄컴 AP는 ARM 기반이다. 인텔 CPU 대비 전력소모량이 적다. 한 번 충전해 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퀄컴은 이를 ‘올웨이즈 커넥티드PC’라고 지칭했다. MS는 지난 10월 자체 제작 스마트기기 ‘서피스’ 시리즈에 컬컴 AP를 내장한 ‘서비스 프로X’를 선보였다. 퀄컴이 올라올 경우 인텔도 급해진다. MS가 다음 버전 윈도를 ARM AP 전체에 최적화할 경우 판은 더 빠르게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