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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트래픽 많은 CP에 돈 내라 하는데…국내 ISP만 봉?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한국 상호접속제도와 관련해 국내 인터넷사업자(ISP)에 내는 망 비용이 과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대형 CP 중 국내 ISP와 정산하는 곳은 페이스북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국내 CP보다 낮은 수준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전례 없는 제도라고 한국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넷플릭스 등은 해외 ISP에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을까? 유독 국내에서만 과도한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해외사례를 살펴봤다.

해외 CP 또한 이미 수년 전부터 상호접속 분쟁을 겪어왔다. 일부 통신사에게는 비용을 내지 않는 무정산 방식에서 트래픽 양에 따른 과금을 지불하는 정산방식으로 협정을 맺고 있다.

ISP와 CP 간 상호접속 관련 무정산을 하는 이유는, 서로를 통해 얻는 편익이 비슷하기 때문에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CP들은 주로 상대로부터 송수신 되는 호를 타망으로 전송할 의무가 부여된 트랜짓 계약보다 타망 전송 의무가 없는 피어링 계약을 선호한다. 피어링은 정산 방식에 따라 무정산과 정산방식을 채택한 페이드 피어링으로 구분된다.

피어링은 직접 연결되는 만큼 폭증하는 트래픽에도 서비스 품질은 트랜짓보다 우수한 편이다. CP 입장에서는 돈을 내서라도 좀 더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피어링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돈을 내지 않고 버텨도 연결된다면? 협상할 이유가 없다.

해외에서도 정산하지 않는 피어링 방식을 유지하다가,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대칭으로 흘러갈수록 과도한 부담을 느끼는 ISP에서 정산을 요구한다. 한국은 상호접속 의무부여로 망을 단절하고 접속 거부를 할 수 없지만, 해외는 다르다. 해외 ISP는 재협상 또는 접속 중단을 통해 CP와 관계를 바꿔나간다.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상호접속 관련 분쟁사례는 총 26건이었는데, 분쟁 원인 대부분 트래픽 교환비율이 원인이었다”며 “정산방식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7건”이라고 말했다.

컴캐스트와 레벨3 사례를 보자. 레벨3는 백본 사업자인데,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 인수 후 넷플릭스를 고객으로 유치하게 된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컴캐스트 가입자에 연결하려다 보니 망 부하가 거렸다. 컴캐스트는 기존 200G에 60G를 늘려줬지만, 이마저도 부족하자 정산을 요구했다. 당시 경쟁 CDN 기업에게도 정산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벨3가 이를 거부하자, 컴캐스트는 망을 단절시켰다. 피어링 장점으로 품질이 꼽히는 만큼, 레벨3는 상업적 판단에 따라 정산을 하게 된다.

오렌지텔레콤과 코젠트도 유사한 사례다. 여기서는 경쟁당국 결정이 주효했다. 코젠트가 메가업로드라는 미국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트래픽이 폭증하자 오렌지텔레콤은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코젠트는 지배력 남용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부당행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양사 피어링 정책에 일정 수준의 트래픽 교환비율이 넘어가면 접속을 끊을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코젠트가 구글 트래픽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오렌지텔레콤은 트래픽 용량이 많다며 거부했다. 이후 오렌지텔레콤 회장은 구글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언급하기에 이른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모두 트래픽을 이유로 대가를 요청받았고, 실제 ISP는 이에 상응한 비용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ISP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협상력 때문이다.

조 대표는 “프랑스 통신규제기관 ARCEP 보고서를 보면 접속방식은 트랜짓 보다 피어링을 선호하고, 정산형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기재돼 있다”며 “OTT가 유발하는 트래픽양은 트랜짓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분석돼 있다. 트랜짓은 라우팅 경로가 길어 품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덜란드 규제기관도 상호접속 사례를 분석해보니, 접속 용량을 늘려주지 않는 이유로 접속을 제한할 때 분쟁이 시작됐다”며 “트래픽 교환 비율이 핵심이다. 교환 비율에서 벗어나면 손해가 발생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망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ISP 경쟁이 열악함에도 CDN 사업자를 통해 정산 구조로 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외 CP와 비교해 협상력에서 열위에 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사례처럼 망 접속을 단절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돼야 한다.

조 대표는 “공급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불완전 경쟁에서는 대가가 내려가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 경쟁상황을 보면서 시장협상력에 맡길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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