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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망 비용 구조 근본적 개선에 나서야” 국내외 CP들 한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22일 페이스북이 국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물린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인 페이스북의 승소를 판결한 바 있다.

두 협단체에 소속된 스타트업과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 티빙, 페이스북 등 국내외 콘텐츠사업자(CP)들은 “문제의 본질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며 “현행 상호접속고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입니다.

지난 22일 페이스북이 국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물린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인 페이스북의 승소를 판결했습니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통신사는 국내외 CP 간 ‘역차별’이 문제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규제 이슈 등에 있어서 국내 CP에게 불리한 지점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망 비용’ 문제에 있어서 핵심은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고시’입니다.

정부는 2016년 동등한 수준의 망사업자(통신사)들이 상호 간의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데이터 발신자의 부담으로 정산하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즉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했습니다. 정부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통신사 간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통신사가 IT 기업의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한 것입니다.

망 중립성과 망 상호접속 문제를 다루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PCH(Packet Clearing House)가 2016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9.98%의 인터넷 협정이 무정산 방식이었으며, 오직 0.02%만이 상호정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호접속고시와 과점 상태인 국내의 망 산업이 결합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비용이 증가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높았던 망 비용이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더욱 증가하여 국내 CP의 망 비용 부담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망 비용 증가는 IT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이용자의 이중부담을 초래합니다.

5G 시대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데이터 불평등 시대를 동시에 목도할 것입니다.

망 비용의 증가는 국내 IT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4차산업혁명의 중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고화질 대용량 영상 전송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망 비용을 안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국내 IT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VR과 AR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통신사 혹은 통신사 계열의 기업뿐입니다. 통신사가 망 비용을 내부화하는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공정경쟁의 원칙은 깨지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됩니다.

망 비용의 지속적 상승구조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부담 증가로 전가됩니다. 클라우드, 모바일 동영상 시청 등 인터넷 서비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망 비용의 증가는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용자들의 일상의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이미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이 OECD 국가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망 비용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조건에서 사물인터넷,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막대한 데이터의 전송과 교환이 이루어지는 5G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용자들은 혁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천정부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4차산업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망 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IT 스타트업, 국내 CP, 글로벌 CP, 그리고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 모두가 지속해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정부는 CP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논리를 중단하고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는 통신사가 주장하는 망 이용 및 임차 비용의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 CP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통신 산업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명확하고 투명하게 논의하여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아 나가야 합니다.

IT 기업과 이용자가 없다면, 통신사도 성장할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해주십시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채 CP들의 부담과 의무만 늘리는 규제를 만드는 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망 이용 계약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CP에게 부과되어 온 부당한 망 이용 대가를 정당화하고 고착시킬 것입니다.

이에 관련 스타트업, 국내 CP, 글로벌 CP 모두 한목소리로 정부에 요구합니다. 망 비용의 지속적 상승구조를 초래하는 현행 상호접속고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합니다. 망 비용이 합리화되면 국내에서 혁신적인 정보기술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성장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보장받습니다. 5G 시대가 가져올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평등한 혜택으로 돌아가려면 하루라도 빨리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촉구합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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