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재판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 손을 들어주면서, 통신사도 덩달아 난감해졌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의 망 사용료 협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22일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부장 박양준)는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청구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페이스북에 부과한 방통위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망 사용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네트워크 품질 책임에 대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CP가 회피할 수 있게 되면서, 망 사용료 부담도 피할 수 있다는 우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국내 가입자 피해에 대한 책임 여부로, 망 사용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며 “다만, 글로벌 CP가 접속경로를 마음대로 변경해 네트워크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나몰라라하고 통신사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망 이용료 협상 테이블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 변경 사건은 망 사용료 협상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방통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통신사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했다. 2017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변경했다.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는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져,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협상 중인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볼모로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의혹도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고의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페이스북에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 등을 준비 중인 방통위는 난처해졌다. 일단, 방통위는 항소할 방침이다. 통신사에게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CP보다 협상력이 낮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망 사용료 협의를 위해 법제화가 먼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연간 15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0억원,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기업 수준의 망 이용료를 페이스북뿐 아니라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CP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제동을 걸었다는 판단이다.
KT는 “글로벌 CP도 국내기업과 역차별 없이 공정하게 협상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