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가 VR 테마파크 사업을 하는 거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유통사업이다. 콘텐츠를 수급하고 플랫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시장에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들과 상생해 숍-인-숍(shop in shop)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3월 KT는 가상현실(VR) 오프라인 체험공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VRIGHT)’를 열었다. 지금까지 방문객 수는 6만여명, 만족도도 89%로 높다. VR 체험존 사업은 주로 중소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소규모 시장이다. 통신 대기업 KT가 이들의 영역을 침범한 걸까?
KT가 내놓은 대답은 정반대다. 지난 2일 KT 뉴미디어사업단 박정호 상무<사진>와 유영철 팀장은 기자들과 브라이트 신촌점 인근에서 만났다. 박정호 상무는 “브라이트 목적은 신사업 창출과 시장 활성화”라면서 “브라이트를 직업 운영해서 얻은 경험으로 중소사업자들에 VR 콘텐츠와 플랫폼을 유통하는 기업(B2B)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브라이트는 단순 VR 체험존을 넘어 콘텐츠를 사고파는 B2B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꿈꾼다. KT는 다른 VR 콘텐츠 제작사들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거나 직접 개발해 브라이트 매장에서 선보인다. 그중 고객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는 패키지화해 거꾸로 다른 VR 체험존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숍-인-숍 형태다.
실제로 KT는 국내 VR 체험존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3D팩토리’와 제휴한 상태다. 3D팩토리의 전국 ‘VR플러스’, ‘캠프VR’ 등 매장에 KT의 VR 플랫폼과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KT 브라이트 매장에서 콘텐츠 제휴 중인 업체도 ‘스마일게이트’, ‘바른손’, ‘드래곤플라이’ 등 10곳이 넘는다.
유영철 팀장은 “이렇게 하면 중소업체들과 수익을 나눌 수 있다”며 “KT는 매장을 늘려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KT 콘텐츠와 플랫폼을 체험하는 거점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연내 매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박 상무는 “사실 임대료와 인건비가 만만찮아 매장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다른 중간 사업자에 유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5G는 새로운 기회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5G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 접속해도 끊김 없이 대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5G 덕분에 대전할 때 속도 차이가 안 나니까 서로 지리상 떨어진 매장 간에도 게임 연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글로벌 VR 체험존 시장 진출도 노린다. 8월 말 브라이트의 해외 첫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앙아시아, 중국 등 글로벌 사업자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국내 지자체 사업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박 상무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문의가 많다”고 언급했다.
KT 브라이트 신촌점은 지난 5월 리뉴얼을 거쳐 새 어트랙션과 콘텐츠를 도입했다. 20~30대 커플과 가족 단위 그룹 고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VR 스포츠 전용 멀티룸’을 마련했다. 기존에 있던 팀플레이 게임인 ‘스페셜포스VR’과 ‘하도(HADO)’에 이어, 4인 팀플레이가 가능한 1인칭 슈팅게임 ‘블랙배지시그널’을 새로 선보였다.
요금제도 개편했다. 기존에는 콘텐츠 이용횟수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했다면, 리뉴얼 이후에는 ‘VR Room 요금제’를 신설해 60분 동안 다양한 장르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