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 방향에 대해 보다 근본적 해결방식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하게 해외사업자 규제, 국내 사업자 보호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진흥,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6일 사단법인 한국 OTT 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기록했다.
이날 세미나 발제를 맡은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불확실성의 해소, 공정경쟁 여건 확보, 사회적 책임 유도 등을 이유로 OTT에도 법적지위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서비스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공정경쟁과 이용자 권익증진과 관련한 최소 사항만의 규제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규제가 도입되면 결국 규제 대상자는 국내 사업자에 국한될 것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희주 콘텐츠연합플랫폼 본부장은 "규제가 도입되면 넷플릭스나 구글은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결국 국내 사업자만 규제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규제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해외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는 토종 사업자를 키우기 위한 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소장도 "영국 등 유럽은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 미디어 서비스 기업의 위협으로부터 자국 미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국문화나 한국어 콘텐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국내 사업자 육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국내 사업자 보호, 육성에 앞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고 평가해야 하는데 정작 데이터가 없다"며 "데이터 모집, 즉 시장 모니터링을 제대로 해야 진흥이나 규제를 할 수 있는데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다들 집을 지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연구위원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사업자들 협조가 필수적인데 정작 사업자들은 법이 없어 데이터를 주지 않으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곽 연구위원은 "규제 측면에서 우리는 OTT와 유료방송 규제간 격차가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며 "다른 곳은 수평적 규제체제를 통해 규제를 없애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방송에 강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곽 연구위원은 OTT 활성화는 방송사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새로운 것은 늘 과장된 위기로 느껴지곤 한다"며 "예전에 없던 어려움은 맞지만 콘텐츠를 잘 만드는 우리 방송사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도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방안 마련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지 교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규제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문제는 미디어 기업의 데이터를 받을 방법이 없는데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전체 유료방송을 포함한 정책방향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변 교수는 "시장에 대한 획정이나 분석 등을 통해 수평적 규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OTT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유료방송 모델로 할 경우 유튜브 같은 곳은 제외될 수 있는 만큼, 시청률 기반으로 규제방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