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일본이 일제 강점기 보상 문제를 경제 현안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 수출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오는 8월1일부터다. 오는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는 제품 3종에 우선 적용한다. 정치적 불만을 경제적 불이익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제산업성은 외환 및 외국 무역법(외환법)에 따른 수출 관리를 대한민국에 대해 엄격히 운영하겠다. 수출 관리 제도는 국제적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돼 있다. 관계 부처에서 검토한 결과 한일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라고 밝혔다.
외환법 시행령 개정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삭제한다. 백색국가는 한국 미국 등 27개국이 들어있다. 백색국가는 첨단재료 수출 허가신청 면제다. 빠지면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 기간은 최대 90일. 기간과 허가로 정부가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 ▲불화폴리이미드(FPI) ▲포토레지스트(PR) ▲불화수소(HF) 3종은 4일부터 포괄적 수출 허가제 국가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 3종은 일본 ▲스미토모 ▲신예츠 ▲JSR ▲FFEM ▲TOK ▲스텔라 ▲모리타 등이 세계 공급량을 좌우하는 품목이다. FPI는 디스플레이 PR과 HF는 반도체 생산에 쓴다. 특히 HF는 대체 업체를 찾기 쉽지 않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징용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있었더라도 개인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확정판결했다. 일본은 반발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책임이 소멸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일본 기업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일본이 내놓은 협상안이다. 사실상 경제를 볼모로 역사적 책임을 피하겠다는 태도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일본은 6월27일과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천명한 자유무역 정책을 스스로 져버렸다. 일본이 믿을만한 소재 공급처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제 반도체 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긱 기업의 일본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주의에 맞지 않다”고 걱정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략적 판단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과 긴장을 조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자주 구사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4시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직접적 연관이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기업이 따로 입장을 내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정부 수출 규제 시행에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 양국간 협력적 경제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