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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캄보디아' 꿈꾸는 젊은이들...김태경 HRD센터장이 전하는 '그들의 꿈'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파란색 셔츠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38명의 학생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조금씩 들떠있었다.

평균 연령,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삼상오오 모여 얘기꽂을 피우고, 또 어깨동무도 하고, 분주히 돌아다니며 꼭 오늘을 잊지않겠다는듯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전 우리 학창 시절의 졸업식 풍경과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 호텔에서 코리아소프트웨어 인재개발과정(KSHRD, 이하 'HRD')의 6기 심화반(Advanced)과정의 수료식이 열렸다.

HRD는 국내 웹케시그룹과 7개 IT기업, 코이카(KOICA)의 지원으로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출범한 IT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HRD과정에는 1기당 80명 정도가 들어오는데, 이중 50% 정도가 심화과정에 남아서 최고급 과정을 4개월간 더 공부한다.

캄보디아 내 주요 대학의 IT출신자(약 2000명)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80명 정도가 HRD에 입학하고, 또 다시 그 속에서 심화과정까지 생존한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캄보디아의 IT를 이끌어갈 최고 인재들인 셈이다.

이번 6기 심화과정에선 '모바일'과 '블록체인'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심화반의 교육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프로그램은 매년 조금씩 현실에 맞게 바뀐다.

물론 기초과정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개 4년이 걸리는 대학 교육과정을 1년내에 압축하다보니 프로그램이 매우 정교하고, 교육 강도도 높다.

기초과정의 경우, 5개월간 매일 8시간씩 집중 훈련하며 자바, DB, 웹프로그래밍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9개 과목, 53개 주제, 6개의 미니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기대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외 기업들이 HRD 출신 학생들을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이처럼 최신 IT트랜드를 실전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뛰어난 실력과 실용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놈펜에서 열린 HRD 6기 심화반 수료식이 시작되기 앞서 학생들이 서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놈펜에서 열린 HRD 6기 심화반 수료식이 시작되기 앞서 학생들이 서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사 시작전, 행사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켠에선 유독 긴장된 모습으로 심호흡을 하는 몇몇 학생들이 눈에 띠었다.

이날 수료식에서 5분~10분간씩 짧게 주어지는 프리젠테이션을 맡은 학생들이다. 일종의 졸업 작품 발표회 성격인데, 사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 프리젠테이션이었다.

지난 수개월간 틈틈히 팀원들과 개발한 앱개발 프로그램을 동료들과 초청된 주요 외빈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니 떨리는 것은 당연하다. 먼 훗날 언젠가, 저 학생들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걸만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 무대에 오르는 날이 온다면 긴장을 떨치고 이날을 생각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수료식에서는 6개의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수료식에서는 6개의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긴장속에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서비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 등 총 6개의 세션이 차례 차례 발표됐다. 다행히 실수없이 6명의 학생들 모두가 주어진 시간에 훌륭하게 발표를 마쳤다. 내용은 기대했던것 이상으로 수준이 매우 높았다. 모바일 플랫폼,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면 만들 수 없는 내용이었다.

'동남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SW 전문가 양성', HRD가 지향하는 목표다.

질이 뛰어난 학생들, 그리고 제대로된 교육 커리큘럼과 높아진 사회적 평판,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프리젠테이션은 이제는 HRD가 당초 원했던 그림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편 이날 발표시간 내내 학생만큼이나 혼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던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 다름아닌 HRD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태경 박사(사진)다. “이 짧은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학생들이 지난 몇달간 고생했다. 잘 봐달라”며 제자들을 응원했다.

김 센터장은 “HRD 출범 초창기에는 IT 교육이 뭔지도 몰랐고, 교육생이 없어서
야간반을 운영할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만큼이나 변했다”고 말했다.
22일 진행된 수료식에서 학생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김태경 HRD 센터장(사진 왼쪽)
22일 진행된 수료식에서 학생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김태경 HRD 센터장(사진 왼쪽)
김 박사는 "2013년 HRD가 출범하고, 3년째가 지난 시점부터 HRD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결국 뛰어난 인재가 모이고, 취업율 등 결과물이 좋게 나오면서 평판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며, 지금은 HRD 교육생 선발과정 그 자체가 치열한 경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생들의 의욕에 찬 발표 내용을 실제로 구현시켜줄 만큼 캄보디아의 기간 인프라 수준은 아직 뒤떨어져 있다. 풍부한 통신 기반 시설등 IT 강국으로 가기위한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투자는 필수적이다. 물론 이 부분은 웹케시, 그리고 꾸준하게 HRD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KOICA의 능력밖에 있는 일이다.
"그래도 IT인재 육성, 사람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면 안된다. 믿을 건 사람이다. 그들이 언젠가는 캄보디아를 움직이게 될 것이고, 우리의 우군이 될 것"이라는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의 믿음은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석 회장은 HRD의 경험과 성공을 발판삼아 2025년 중앙아시아, 2030년 아프리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남들의 눈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보일지라도 역사는 결국 이런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키워낸 인력이 실제로 이미 웹케시에도, 나아가 한국의 IT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웹케시의 개발 과제들중 일부는 웹케시의 캄보디아 현지사업법인인 코사인(KOSIGN, 법인장: 설욱환)이 맡아서 척척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KOSIGN에는 이미 HRD 과정 출신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어쩌면 석 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HRD 투자 효과를 훨씬 빨리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료식 후 단체사진
수료식 후 단체사진

HRD 출신의 자부심 "캄보디아 최고의 IT인재"

HRD의 정교하고 질높은 IT교육 커리큘럼은 캄보디아에선 이미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제는 HRD의 심화반 학생수보다 많은 캄보디아내의 국내외 기업들이 찾아와 취업설명회를 개최할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웹케시와 KOICA, 그리고 국내 7개 협력업체들이 지난 6년간 일궈낸 성과다.

이날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3명의 수료생들이 비교적 유창한 한국말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시간이 있었다.

본지는 이 중 한명인 쏨녹(26. 사진) 학생과 인터뷰를 가졌다. HRD는 한국어를 하루에 의무적으로 2시간씩 가르킨다. 불과 1년의 교육기간내에 틈틈히 배운 실력으로, 그 어려운(?) 한국어를 할 수 있게된 것이 대견하고 반갑다.

HRD의 심화반은 7개의 프로젝트팀으로 구성됐다. 쏨녹은 4명으로 구성된 블록체인팀의 팀장을 맡았다.

쏨녹은 캄보디아의 가난한 농촌마을 출신이다. 부모님은 프놈펜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는 6남매중 다섯번째다. 머리는 좋지만 식구가 많아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않은 전형적인 캄보디아의 젊은이. 캄보디아의 UC(University of Combodia)에서 IT를 전공했다. 더 큰 꿈을 위해 HRD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힘든 과정을 이겨냈다.

참고로, HRD에는 캄보디아내 최고 명문대인 RUPP(Royal University of Phnom Penh) 출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캄보디아내 최우수 학생들이 지원한다. HRD 시험은 1, 2차시험으로 나뉘는데 정원의 150%를 뽑는 1차는 필기시험과 영어논술, 2차는 인터뷰와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평가기준이다.
6기 심화반에서 블록체인팀장을 맡았던 쏨녹(26. 왼쪽) 학생.
6기 심화반에서 블록체인팀장을 맡았던 쏨녹(26. 왼쪽) 학생.
캄보디아 대졸자의 평균 월급이 약 200~250달러 수준이다. 캄녹은 최근 캄보디아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에 취업이 확정됐다. 급여는 월급 5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하는데,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나면 또 다시 오를 예정이다.

그는 “입사후에 블록체인과 관련한 업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말을 잘해서 한국계 기업에 취직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에서는 자신이 공부한 블록체인과 관련한 필요한 인력을 뽑는 회사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고, 나중에는 IT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약속했다. 또한 “캄보디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돌봐줬다”며 석창규 회장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HRD에 따르면, 학생 1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연간 800만원 수준이다. 현지의 물가를 고려할 때 결코 적지않은 금액이다. 한국의 1년치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이 거져 나오는 게 아니다.

“가난한 학생이 성공해서 찾아올때 내 일처럼 기뻐"

HRD는 본질적으로 사람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HRD의 역사는 6년으로 짧지만, 그 짧은 시간안에 이런 저런 사연이 많다.

태경 HRD센터장이 들려준 몇몇 이야기는 흥미롭고, 유쾌하다. 그 중에는 가슴 아픈 얘기도 있다.

초창기 HRD의 문들 두드렸던 학생중에는 집이 없어 프놈펜 시내의 한 사찰(절)에서 기거하면서 과정을 마친 학생이 있었다.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는 절이 많다. 집없는 사람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이 학생이 얼마전 좋은 기업에 취직한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자동차까지 타고 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줬을때 정말로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그리고 승려(스님) 출신의 학생들도 김 센터장에겐 특별한 기억이다. 한꺼번에 무려 6명의 승려가 HRD에 들어오겠다고 문을 두드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HRD측은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종교인인 승려의 규율과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는 HRD의 규율이 맞지않기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 6명의 스님들이 결국 승복을 벗은 것이다. 환속해서 HRD의 과정을 끝마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났다.
HRD 과정에 입학하기위해서는 1차,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사진은 입학시험 장면. 사진에는 스님도 보인다. (사진제공 = HRD)
HRD 과정에 입학하기위해서는 1차,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사진은 입학시험 장면. 사진에는 스님도 보인다. (사진제공 = HRD)

HRD를 움직이는 숨은 주역들, 기억해야 할 그들의 헌신

김 센터장은 6년전, 프놈팬으로 날아와, 지금의 HSD를 성장시킨 숨은 주역중 한 명이다. 친한 대학 선배를 통해 우연히 '웹케시가 캄보디아 HSD를 맡을 책임자'를 찾는다는 소리를 들었고, '한 번 가보자'고 결심한 뒤,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대개 국내 기업 임직원들이 개발도상국으로 파견나갈때는 가족은 한국에 두고 나가는데 김 센터장은 겁도없이(?) 부인까지 다 데리고 넘어 왔다. 2013년, 캄보디아로 올때 태어난 아들 예준(7)이의 태명을 '캄복'(캄보디아에 복을)이라고 지을 정도로 그는 열정적으로 캄보디아에 올인했다.

누구는 HRD 성공을 '한류' 덕분이라고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HRD의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은 김 센터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한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프놈펜 HRD센터를 방문했을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1층에서 2층 강의실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걸려있던 '국민교육헌장'이었다. 뭔가 뭉클하기도하고, 뜨겁기도 한, 언젠가 중국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를 직접 찾았을 때의 느낌과 오버랩됐다.

김 센터장은 빅데이터,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아마도 HRD과정 학생들중 누군가가 캄보디아의 빅데이터, 블록체인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면 김 센터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김태경 HRD센터장. 2013년부터 시작된 캄보디아 HRD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중 한 명이다.
김태경 HRD센터장. 2013년부터 시작된 캄보디아 HRD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중 한 명이다.

HRD를 지원하는 캄보디아의 젊은이들이 오직 급여의 차이를 벌리기위해 HRD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심화반을 졸업한 뒤에도 곧바로 취업하지 않고 이제는 더 큰 꿈을 위해 미국, 유럽 등으로 IT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게 김태경 HRD센터장의 말이다.

그러한 선택을 하는 학생들에게 김 센터장은 국적을 뛰어넘어 든든한 인생 선배다. 이제는 인간적인 고민 상담도 많이 한다.

김 센터장은 “머지않은 훗날, 그들이 자신의 조국 캄보디아에 돌아와서 'IT 캄보디아'의 꿈을 위해 뛴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년간, HRD에서 IT교육을 받은 학생은 400명이 넘는다. 그 중 95% 이상이 현재 IT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로 IT기업, 글로벌 기업, 금융회사, 정부 기관 등에 취업하고 있다. 취업율은 100%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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