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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짚고 넘어야할 '자율주행차' 법적 쟁점… “AI에게 윤리가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자율주행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기존 법 체계로는 해결이 어렵다. 예컨대, 현행법은 ‘운전자’가 자연인인 ‘사람’에 한정된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규정한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모든 운전을 하는 시대가 와도 기존 법 체계는 운전 주체를 AI로 보지 않는다. 운전 중에 수집되는 데이터를 누구 소유로 할 것인지 규정한 법 기준도 없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거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김형준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자율주행차의 제작 기준에 대한 법적 쟁점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결과제로 꼽았다.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입법조사처 주최로 ‘인공지능 최신 동향 및 입법과제 -자율주행자동차의 법적 쟁점’ 세미나가 열렸다. 김형준 교수가 자율주행차 관련 다양한 법정 쟁점에 대해 정리해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제작 기준에 대한 중요한 이슈 중 ‘트롤리 딜레마’라는 개념이 있다. 사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떤 이를 살려야 하냐는 논쟁이다. 이는 100년이 넘은 윤리학 개념이지만 어느 누구도 합리적인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다.

예컨대, ‘운전 중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면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살릴 것이냐’ 하는 가정은 트롤리 딜레마 중 간단한 편에 속한다. ‘차량 전방에 위치한 10명의 사람 vs 측면의 1명의 사람’ ‘범죄자 vs 선량한 시민’ ‘강아지 vs 사람’ 등 수많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형준 교수는 “사람이 운전자인 경우는 비교적 문제가 덜하다. 상황에 대해 달리 평가를 하고,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다”며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설계 할 때부터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 문제가 자율차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율주행차가 누구를 먼저 살려야 하는가’를 전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약 200만명에게 물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린이와 임산부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답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대로 동물이나 범죄자의 생명은 가장 뒷전으로 밀렸다.

이 조사에서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된 방향성을 보였다. ‘남성보다 여성’ ‘동물보다 사람’ ‘뚱뚱한 사람보다 운동 선수’ ‘소수보다 다수의 사람’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 ‘무단횡단자 보다 준법 행인’을 구해야 한다는 경향성이 짙게 나타났다.

MIT 미디어랩 설문조사 결과
MIT 미디어랩 설문조사 결과

김 교수는 “이런 윤리적인 기준을 세우려면 상당한 컨센서스를 모아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살린다’ ‘준법자를 살린다’라고 기준을 세워도 기술이 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만약 이런 기준의 결정을 제조사나 탑승자에게 자율적으로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무조건 동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자율차를 만들고, 이를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길 수도 있다. 혹은 탑승자가 ‘사람’ ‘동물’ ‘남녀’ 등 기준을 선택하도록 하고 운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긴 하지만, 만약 동물 애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자율주행차 때문에 사람이 못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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