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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신인상 강은비, "연예인이라고 BJ 성공하는 거 아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1인 크리에이터와 연예인의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진다. 대도서관 등 유명 크리에이터가 공중파 방송에서 활동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반대로 연예인이 1인 방송에 도전하는 것도 이제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아프리카TV 플랫폼에서도 아이돌 출신 ‘엠블랙’의 지오, ‘크레용팝’의 엘린, ‘글렘’의 다희 등 다양한 연예인들이 지난해 BJ(인터넷 방송인)로 첫 발을 내딛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TV 2018 ‘BJ어워즈’에서 신인상을 탔다. 영화 <몽정기2>로 데뷔해 연기자로는 경력 13년을 쌓았지만, BJ 경력은 만 1년을 겨우 넘긴 강은비<사진> 역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대세 BJ’임을 입증했다.

배우 강은비는 2000년대 중후반 극성 안티팬들로 인해 가장 고생했던 연예인 중 하나다. 동방신기 등 당대 최고 인기 아이돌과 예능프로그램에서 엮이면서 심한 악플과 테러에 시달렸다. 지난 달 28일 연말 BJ어워즈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도 강은비는 “연기자 생활할 때는 안티팬 많은 배우라고 소문이 났었다”며 “그런데 BJ 활동 시작하고는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든든한 팬이 많이 생겼다. 올해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은비가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다. 남동생의 추천을 받았다. 강은비 BJ는 “연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연기 폭이 좁아졌다”며 “오디션을 봐도 너무 젋은 배우 분들도 많았고, 단편 영화를 제작했던 것도 쫄딱 망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른 영상 매체를 공부 하다 1인 방송에 대해 알게 됐다. 소속사가 잡아주는 오디션 대신,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유튜브나 트위치TV 대신 활동 플랫폼으로 아프리카TV를 택한 것은 스포츠 중계권 영향이 컸다. 아프리카TV는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어 영국 EPL, 스페인 라리가 등 해외축구 중계를 저작권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강은비 BJ는 특히 EPL 멘체스터 시티의 열혈 팬이다. 지난해 맨체스터 시티에서 울산현대로 임대를 온 선수 ‘믹스 디스커루드'의 싸인을 받는 것이 꿈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힐 정도다.


BJ를 시작하고 연기자 시절보다 수입이 더 늘었다. 연예계 활동 정점이던 시절 수익을 소속사와 5대5로 나누면 1년에 2억원 정도를 벌었다. 지금은 별풍선(사이버머니) 수입만 월 3000만원이다. 배너 광고 수입, 구독 수입을 더하면 2배를 넘는다.

강 BJ 사례처럼 연예인의 BJ 전향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시선도 있다. 높은 인지도와 화려한 외모의 연예인이 시장에 들어오면 일반인 출신 BJ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불만이다.

강 BJ는 “요즘엔 웹툰 작가들도 여러 방송에서 활약하지 않나. 예전엔 아이돌은 연기하면 안 된다, 그런 시선도 있었는데 이제는 직업 간 귀천, 구분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며 “또 연예인이 BJ 도전한다고 다 잘 된다는 법은 결코 없다. 오히려 더 어려운 부분도 많다. 연예인이니까 끼가 더 많고 준비된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BJ 방송 역시 인지도 덕을 본 것은 초반 몇 개월에 불과했다. 5~6개월이 지나 ‘신선함’이 떨어지자 시청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수천명이 한 번에 떨어져 나가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슬럼프도 심하게 왔다. ‘먹방(음식 먹는 방송)’을 하다 보니 살도 찌고 자신감까지 떨어졌다.

그는 “그때 많이 흔들렸다. 답은 ‘콘텐츠’, 그리고 ‘시간 약속 잘 지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꾸준함 하나로 밀고 갔다”며 “졸리면 방송에서 졸고, 아프면 방송에서 아팠다. 그렇게 지난 1년 간 명절을 포함해 10번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 그래야 이 분들이 나를 믿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그럼에도 연예인이 1인 방송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생방송으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만큼 작은 실수도 배우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전히 연기 활동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더 조심스럽다.

강 BJ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사실 제가 더 추락할 게 없어서 워낙 담담하다. 감독님들이 안 써주신다면, 써 주실 때까지 좋은 모습을 콘텐츠화 시키면 된다. 연기 못하면 어떠냐, 1인 방송 열심히 하면 된다”며 털털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 강은비'와 'BJ 강은비' 사이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을 봤던 어머님들은 저를 배우로 본다. 그런데 어린 중학생들은 BJ ‘철구’와 함께 아프리카TV 방송에 나왔던 BJ로 기억한다"며 "배우로 보든, BJ로 모든 저를 알아봐 주는 것 자체가 좋다. 그 분들이 바라보는 대로가 제 모습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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