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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T화재로 드러난 디지털 금융의 허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스마트폰 결제 등 모바일 전자지급결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망 장애라는 새로운 사고 경험이 앞으로 정책 및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통신 마비로 마포 등 서울 서북부 지역 금융 서비스도 멈춰 섰다. 특히 주말에 벌어진 사고로 인해 중소소상공인 업체들의 카드결제 불가로 인한 피해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피해는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어졌다.

편의점 등에서 카드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 ATM에도 장애가 발생해 공교롭게 현금도 찾을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한 카드 결제 및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뱅킹도 문제가 발생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거래와 오프라인 결제는 기본적으로 통신망에 스마트폰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1인 1스마트폰이라는 인증체계에 따라 스마트폰의 사용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의 회선이 연결됐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LTE 등 모바일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을 경우 삼성페이, LG페이 등 스마트폰 간편 결제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컸던 곳은 KT 통신망을 사용하던 카드 가맹점들이다.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 등 전표매입을 전담하는 VAN사로 결제 정보를 전송하는 단계가 막혔기 때문이다. 통상 중소상공인의 경우 우회 결제수단을 마련해 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가 컸다.

KT 아현국사 화재 6일째로 접어든 지난 29일 KT는 복구비율이 99%(무선 98%, 인터넷 99%, 유선 99%)에 달했다고 밝혔지만 구리 유선케이블을 사용하는 소상공인의 피해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의 85%가 카드 등 비현금수단으로 지불되고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에서의 대면결제와 비대면결제가 가능해지면서 현금 이용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현금 없는 사회가 보편화됐을 때 통신망 장애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경우 경제생활이 마비될 수 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금융 결제 사고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정부 부처의 소관이었는데 통신망 장애로 금융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은 만큼 관계 부처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권의 피해도 상당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T 아현국사를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는 은행 영업점 전용회선과 ATM 200여곳에 장애가 발생했다. 마포, 서대문, 은평 등에서 서비스가 중단된 ATM은 4개 은행 179대로 집계됐다. 일부 은행의 영업점 64개 전용회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산업은행은 상담센터 업무 등에 장애가 발생했다.

증권 거래시스템을 운영하던 코스콤도 피해를 입었다. KT통신망이 끊기면서 일부 금융투자회사의 홈페이지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자동응답서비스(ARS) 등의 장애가 이어졌다. 코스콤은 화재 당일인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약 3분의 1이 배정돼 있던 KT관련 회선을 다른 인터넷사로 전환했고, 전환이 어려운 회선 4000여개 중 119개 가량을 복구하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시대에 ‘데이터’가 ‘돈’을 대체하는 미래의 자산이라고 하지만 결국 데이터의 이동은 통신, 즉 네트워크가 담당한다. 돈의 이동이 고객의 유입을 만드는 모델이고 저장이 수익을 만들어가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네트워크 이중화 등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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