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유명한 옛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새로운 IP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구글·애플 앱마켓을 보면 최고매출 10위 안팎의 최상위권에 새 IP라고 볼만한 게임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에픽세븐’이 유일하다. 그 외엔 중국산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 20~30위권으로 확대해보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액스(AxE)’, 라인게임즈의 ‘데스티니차일드’, 베스파의 ‘킹스레이드’ 정도가 새 IP로 꼽힌다. 이 중 올해 출시작은 배틀그라운드와 액스가 유일하다.
국내 성과 여부를 떠나 올해 시장에서 의미를 둘 만한 창작 IP로는 넥슨의 ‘듀랑고’, 넷마블의 ‘아이언쓰론’, 네시삼십삼분의 ‘복싱스타’ 등이 있다. 중세 판타지 배경의 역할수행게임(RPG) 일변도의 시장에서 모험적 시도를 엿볼 수 있는 게임들이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게임들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은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후발주자들이 시장 진입을 위해 유명 IP를 대거 빌려 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 자의반 타의반 유명 IP를 내세웠고 매출 목표를 크게 잡다보니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선택지가 한정되는 등 게임 장르도, 첫 인상도 특색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시장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 해 전부터 국내 창작 IP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중국산 게임들이 꿰찼다. 최근 중국산 게임에서 흔치 않은 장르와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등 국내 업체들에게 새 IP를 바라는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물론 업계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감지된다. ‘신작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게임’, ‘유력 게임대상 후보작이 다 RPG 위주’, ‘큰 회사들이 모험을 하지 않는다’ 등의 제각각의 반응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국내 대형 회사들의 모험적 시도가 줄었다는 비판이 뼈아픈 상황이다. 지속성장을 위해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에서 매출 확보를 위한 전략 타이틀의 비중은 유지해야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지 않고 전략 타이틀의 비중만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중국 진출 좌절 등 대외 여건이 여의치 않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게임업계 1세대로 꼽히는 한 관계자는 “대형 회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줄었다”며 “버틸 체력이 되는 이들 회사가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하고 후발주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오는 6일과 8일 현장 행사를 통해 신작 공개를 앞뒀다. 넥슨이 지스타 미리보기(프리뷰) 행사, 엔씨는 디렉터스컷으로 이름 붙인 신작 공개 행사다. 최초 공개하는 신작 발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전략 타이틀을 내세울지 모험적 시도를 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