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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확률형 게임 아이템’ 규제 도화선되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는 해묵은 사안이지만, 이재홍 신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오는 29일 종합감사에서 업계 대표로 지적받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려 있다.

확률형 게임 아이템은 대다수 국내 게임에 채용된 수익모델(BM)이다. 게임사가 정한 확률 테이블에 근거해 무작위로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보물상자를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누구든 대박을 바라고 보물상자 아이템을 구매하지만 상당수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이렇다 할 효용이 없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 지점에서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다. 청소년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이다.

성인에 한정해선 ‘본인 판단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놓고 생떼를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게임업계가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은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떠난다면 게임사들에게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다수 게임에선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다수 게임에선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과용하는 이용자만 문제일까=
게임 관련 커뮤니티엔 확률형 게임 아이템 성토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와 있다. 국회와 일부 부처에서 게임 규제 얘기가 나오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용자들이 확률형 게임 아이템만큼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확률형 게임 아이템은 1000원 안팎의 단일 품목부터 다수의 아이템이 포함된 십수만원대 패키지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한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라도 요행을 바라고 하나둘 구매하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PC온라인게임과 달리 구매한도 규제가 없다. 이 때문에 ‘이용자의 카드한도가 아이템 구매한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고래’로 불리는 고액 결제자들은 게임 내 아이템 구매에 수백, 수천만원을 쓴다. 게임 출시 이후 수년간의 누적 결제 금액이라 해도 적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고액 결제자들은 한 달 또는 수개월 만에 이 정도 금액을 쓴다. 인기 모바일게임이 하루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고액 결제자들 덕분이다.

◆아이템 뽑기만 있나…확률로 돌아가는 게임 경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 경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따지고 보면 게임 내 경제가 확률에 기반을 두고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업체들은 게임 내에 이용자들이 눈길이 쏠릴 만한 이벤트를 벌여 게임 재화를 소진시키게 만든 다음 유료 패키지를 내놓는 식으로 운영한다. 이때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다. 때때로 기존 경제를 뒤흔들만한 강력한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대박 아이템일수록 뽑기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적어진다.

게임 내엔 확률형 아이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확률형 이벤트도 있다. 보통 이러한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게임 플레이로는 얻기 힘든 유료 재화가 필요하다. 유료 재화를 돈으로 구매했든 힘들게 게임 플레이로 모았든 보상이 확실하다면 이용자 참여가 잇따른다. 이 와중에 대박난 이용자도, 쪽박을 찬 이용자도 생기기 마련이다.

업체들은 이 같은 이벤트에 이어 더 큰 보상을 내건 새로운 패키지와 확률형 아이템을 등장시킨다. 이때도 좋은 아이템은 뽑을 확률이 극히 낮다. 이처럼 업체들이 수시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업데이트 때 새로운 유료 패키지를 내고 이용자 사이에서 또 다시 구매가 일어나면서 게임 내 경제가 돌아가게 된다.

◆법적 규제 쉽지 않아…자율적 조치도 지지부진=최근 시장에서 유행 중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대단히 복잡한 콘텐츠 구조를 갖추고 있다.

초보자가 하루 이틀 접근해선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조차 잡기 쉽지 않다. 게다가 수시로 새로운 이벤트가 등장하고 업데이트가 적용되기에 업계 전반의 수백, 수천종의 게임을 살펴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에선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을 왜 규제 안 하고 그냥 두느냐’고 질타하지만 게임위는 규제 권한도 없을 뿐더러 게임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들여다볼 인력도, 이들을 운용할 예산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실적인 최선책은 업계 자율 조치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콘텐츠를 법적 규제로 재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강제적 규제가 이뤄져도 콘텐츠 구조를 바꿔 법망을 피해가는 업체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적 조치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용자 커뮤니티나 게임위 반응을 보면 이 같은 자율 조치가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보기엔 쉽지 않다.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라고 부르지만 아이템 확률 공개 정도에 그쳐 규제 시늉만 내는 상황인 까닭이다. 이것도 수년간 이어진 정치권의 질타와 이용자들의 불만 글이 이끌어낸 변화다.

이 때문에 게임위의 관리감독 강화가 꾸준히 언급된다. 이를 위해선 게임위 내 인력과 전문가 확보 등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홍 게임위원장은 “과도한 과금유도성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 보호 방안에 관한 연구를 위원회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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