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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헤이 클로이” 망신살 가득한 국감장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국정감사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산적한 현안 속에서 의원들이 마련한 각종 도구들은 효과적으로 질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망신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 때문에 스스로 도마 위에 오른 경우가 종종 보였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LG전자 음성인식 로봇을 들고 나왔다. 수차례 ‘헤이 클로이’를 외쳤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사투리를 써서 서울 로봇이 못 알아듣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과연 음성인식을 제대로 못 한 탓이었을까? 박 의원은 “위원님들께 인사 한 번 드리자. 헤이 클로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출어를 먼저 한 후 반응하면 이 때 원하는 명령어를 제시해야 한다. 처음에는 로봇이 인사하는 화면도 본인 앞에 두고 있었다.

국감장은 로봇 덕에 웃음이 가득했고, 랩까지 한 로봇의 모습에 박 의원도 만족해했다. 하지만,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준비된 도구는 ‘사투리는 알아듣지 못한다는 헤이 클로이’로만 점철됐다. LG전자의 의문의 1패다.

또한, 박 의원은 5G에 대해 언급하며 과거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던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다. 과거 문 대통령이 5G를 ‘오지’로 발음하자 자유한국당은 “다섯지라고 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박 의원은 5G 시대에 4G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도 하고, 4G를 ‘사기가’로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당연히 5G도 ‘오지’라고 표현했다.

이는 준비 소홀로밖에 볼 수 없다. 사전에 미리 여러 차례 로봇을 작동해보고, 4G와 5G의 차이를 읽어만 봤더라도 이런 실수는 없었을 테다. 로봇산업과 5G 경쟁력은 중요한 ICT 현안 중 하나인데, 효과적으로 의도를 비춰낼 수 있을 장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퓨마사태를 지적하겠다며 벵갈고양이를 데려왔다. 철창에 갇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놓인 고양이는 잔뜩 겁을 먹었다. 동물학대라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을 대변해 정부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회발전을 꾀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퍼포먼스로 주목받으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본인이 속한 위원회 내에서 전문성을 펼쳐 좀 더 나은 사회로 진일보할 수 있도록, 남은 국정감사 기간 철저한 준비를 부탁해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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