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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데이터경제와 개인정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3일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가 태풍으로 급작스럽게 연기됐다. 당초 계획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정보보호 규제 개선과 데이터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개선은 현장방문 행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갑론을박이 많은 이슈였다.

사실, 보호와 활용은 양립되기 어려운 문제다. 정보를 보호할수록 규제는 강해지기 마련이며, 시장 내 기업들은 더 많은 구속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활용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도 없다. 악용된 정보로 국민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에 안전한 개인정보의 효과적인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뿐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에서는 개인정보를 가명정보 또는 익명정보로 비식별 처리해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서도 가명정보를 연구목적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정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이름, 주소, 휴대폰번호 등은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하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만 쓰겠다는 것이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의 경우, 더 이상 개인정보로 간주되지 않으며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활용의 범위가 확대된다.

개인정보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는데, 왜 활용하려 하냐고 물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사물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고객 가치가 창출된다. 이는 경제 활성화와 새 분야의 고용창출로도 이어진다.

사고 위험을 줄이면서 자동으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해 공장자동화를 실현하는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헬스케어, 모든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에서 제어 가능한 스마트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산업의 태동을 가능케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데이터다.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기를 올렸을 때, 당시 알파고는 인간 바둑기사가 둔 기보 16만건을 학습했다. 기보 16만건이라는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빅데이터 산업 발전의 가능성은 개인정보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22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표했듯 개인정보 활용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정보 감독기구 통합과 독립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은 많다. 보호와 활용을 주장하는 양 측의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안전한 데이터의 활용을 담보하면서 데이터경제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조만간 결과물로 나올 예정이다.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어떻게 경제 활성화에 접목할지 주목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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