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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들을 거리’ 넘친다… 진화하는 오디오 콘텐츠


[디지털데일리 IT전문 블로그 미디어 = 딜라이트닷넷]

들을 거리가 풍부해진다. 그동안 비디오에 밀렸던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영상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부터가 오디오 콘텐츠로 저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내년부터 코미디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위성라디오 사업자 시리우스XM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구글은 올해 1월부터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서비스를 한국 포함 45개국에 출시했다. 아마존은 이미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을 통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KTB네트워크와 총 3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최근 휴머니스트출판 그룹 ‘고전백독:논어’ 프로젝트와 지식콘텐츠 플랫폼 윌라에 투자했다. 오디오 플랫폼 ‘오디오클립’ 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 오디오북 유통 서비스도 시작했다. 향후 일반 창작자도 오디오북을 판매할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 자회사 프릭엔을 통해 라디오 방송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 모바일 기반 개인 라디오 시장은 이미 스푼라디오가 다운로드 250만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미리 녹음된 콘텐츠 위주인 팟캐스트와 달리 실시간으로 방송자와 청취자가 소통하고 간편한 후원이 가능하다는 차별점이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태생적으로 비디오보다 차별된 경쟁력이 있다. 시각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 출퇴근 중이나 작업 중 활용하기 적합하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하드웨어 저변이 발전하면서 구동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진 덕도 있다. 필요한 콘텐츠를 찾는 대신 간단한 조작이나 음성 명령으로 구동함으로써 접근 마찰을 줄인 것이다. 실제로 AI 스피커 이용자는 팟캐스트 이용률이 약 20%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발전만으로는 오디오 콘텐츠 확산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AI 스피커 보급률이 높은 미국도 아직은 약 20% 수준이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역시 AI 스피커 경험률은 11%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음악 감상에 기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비자 대부분은 새로운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용자들이 화려한 시각적 자극에 피로감을 느껴 청각으로 회귀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전자기기와 거리를 좀 더 늘리는 ‘디지털 디톡스’ 움직임의 하나라는 것.

아울러 비디오 콘텐츠 성장 잠재력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있다. 사람이 하루에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 한정돼 있고, 자본 투입으로 콘텐츠 질을 높이더라도 이를 더 늘리긴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숏클립 형식의 비디오가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오디오는 비디오보다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소비 시장이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국내에서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로 업계는 콘텐츠의 질 문제를 꼽는다. 지식 콘텐츠 서비스 ‘윌라’를 운영하는 인플루엔셜 관계자는 “내가 듣고 싶은 콘텐츠, 책이 없으면 아무리 편의성이 좋아도 소비자들이 듣지 않게 된다”며 “기존 업체들은 주로 저작권 이슈가 없는 고전 등을 콘텐츠로 서비스해왔다”고 설명했다.

윌라는 ‘미움받을용기’ ‘명견만리’ 등 실제 출판서적들 중에서도 인기가 좋았던 책을 선별한다. 지적재산권(IP) 파워가 좋은 콘텐츠를 선별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질적 강화는 스피커(Speak)의 강화다. 과거 오디오북 상당수는 TTS(Test To Speech)로 합성된 음성 콘텐츠를 제공했다. 전문 성우가 책 1권을 녹음하려면 인건비, 스튜디오 대여나 유지비, 편집 등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문장은 구어체로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글자를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몰입도가 떨어진다. TTS가 사람의 음성처럼 연기를 못 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책 1권을 그대로 듣기만 하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게 된다.

대안으로 나온 것은 책 내용 핵심만 요약한 콘텐츠 ‘매일 책 한권’이다. 책 내용을 전부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나 작가가 책의 핵심내용을 정리해 10분 단위 분량으로 줄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 출판시장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 비디오 콘텐츠를 오디오 포맷으로 가공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명 강연의 경우 꼭 영상과 함께 소비할 필요는 없다. 윌라 측은 “특정 대학이나 연사의 강의를 오디오 콘텐츠로 포맷 트랜스퍼(변환)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으며, 오디오 콘텐츠를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액형 이북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가 지난달에 내놓은 ‘리딩북’은 오디오북과 이북을 결합한 형태다. 오디오와 전자책의 싱크작업을 통해 음성이 나오는 부분을 이북 페이지에 하이라이트로 처리했다. 귀로 듣는 동시에 눈으로 따라 읽으며 내용을 되새기라는 의미다.

책의 해설과 챕터 중간 핵심만 발췌해 읽어주는 ‘요약본’과 전부 읽어주는 ‘완독본’을 모두 서비스한다. 아울러 전문 성우뿐만 아니라 소위 ‘북튜버’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및 실제 작가들이 녹음에 참여했다. 준비된 원고를 읽어주는 성우 버전에 비해 각 스피커의 차별성 있는 해석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혼자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라며 “소설은 혼자서도 쉽게 읽히지만 어려운 인문학 서적 혼자 소화하기 쉽지 않아, 전문가가 함께 읽어주면서 중도포기 없는 독서를 돕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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