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TV 열화(Burn in, 번인)현상에 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는 2018년형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TV가 독일 영상음향(AV)잡지 ‘비디오’의 번인 및 잔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번인은 화면 일부가 손상돼 화면을 꺼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똑같은 화면을 장시간 켜놨을 때 발생하기 쉽다. 잔상은 이미지가 바뀌어도 이전 영상이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화하면 영구적 잔상이 번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 등에서 번인 10년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품질보증 마케팅은 제품의 내구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생활가전 쪽에선 흔하다. 모터 10년 보증은 세탁기 냉장고 등이 주로 쓴다. 물론 해당 제품을 10년 동안 무상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고장 원인은 다양하다. 핵심부품만 10년 무상 보증이다. 다른 이유로 고장 나면 수리비를 내야 한다. 부품 보유 기간은 해당 국가가 정한 기간 동안이다. ‘10년’과 ‘무상’을 얘기하지만 이런 이유로 제대로 수혜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마케팅은 의도가 있다. 판매증진이다. 판매증진은 우리 제품의 장점을 소구하는 방법도 상대 제품의 단점을 소구하는 방법도 유효하다. 품질보증 마케팅은 상대 제품의 단점을 환기시키는 방향에 많이 쓰인다. 10년 보증은 ‘이 제품을 구입하면 10년은 문제없다’ 보다 ‘10년 보증을 하지 않는 업체는 품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는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전 세계 12년 연속 TV 1위다. 브라운관TV에서 평판TV로 전환기에 기회를 잡았다. 이전까진 소니가 TV 왕좌에 있었다. 평판TV는 액정표시장치(LCD)TV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TV가 주도권을 다퉜다. LCD TV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PDP TV는 파나소닉이 이끌었다. 결과는 LCD TV의 승리. 소니의 선택이 대세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결과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TV업체는 몰락했다. 한국TV가 세계 시장을 좌우했다.
2013년 LG전자가 승부수를 던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TV를 내놨다. 최초는 아니지만 유력 업체 중 대형TV 주력을 올레드TV로 삼은 것은 LG전자가 처음이다. 올레드TV는 LCD TV에 비해 얇게 만들 수 있다. 블랙을 표현하는데 유리하다. 화소가 직접 빛을 내기 때문이다. LCD TV는 화소 뒷편에 조명(백라이트)을 비춰 색을 표현한다. 삼성전자는 LCD TV의 진화형인 QLED TV로 갔다.
1위 업체와 차이에 무게를 둔 LG전자의 전략에 다른 회사가 호응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올레드TV를 밀었다. LG전자 TV사업 수익성은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2분기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TV사업 수익성은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기준 논란이 있었지만 작년 분기 기준 고가TV 시장에서 1위에서 밀려나는 위기도 겪었다. 삼성전자도 올레드TV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위는 1위인데 불안한 1위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올레드TV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QLED TV 번인 10년 보증은 ‘삼성전자가 왜 올레드TV를 하지 않는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삼성전자는 올레드TV는 제품 수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올레드 패널의 기술적 약점이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화소가 직접 빛을 내기 때문이다. 올레드 패널은 화소의 수명이 다 하면 제대로 색을 표현할 수 없다. LG전자는 충분히 시험을 거쳤고 만에 하나를 대비한 방지책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알고리즘을 도입 한 자리에 고정된 영상 같아도 미세하게 번갈아 화소를 이동해 특정화소만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했다.
올레드 패널 번인은 사실 스마트폰이 출발점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아몰레드)를 썼다. LG전자 등이 같은 논리로 공격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스마트폰 주력 화면으로 아몰레드를 사용한다. 꺼진 화면에 정보를 표시하는 ‘올웨이즈온’ 기능이 나오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는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맞받았다. 애플이 ‘아이폰X(10)’에 아몰레드를 도입하는 등 우군이 늘어나며 공세는 수그러들었다. LG전자도 V시리즈에 아몰레드를 활용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일까. TV쪽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측은 TV와 휴대폰은 사용연한이 다르다는 점을 앞세운다. 스마트폰은 2년 정도지만 TV는 7~8년을 쓴다. 휴대폰은 작지만 TV는 크다. 기대수명이 다르다. 불량이 발생했을 때 눈에 띄기 쉽다.
양측의 시각차는 시간이 심판이다. 2019년 이후가 승부처다. 초기 올레드TV의 내구연한이다. 고객 불만이 쏟아지지 않으면 올레드TV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라면 PDP TV처럼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