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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⑤] ‘공짜야근’ 이렇게 잡았다… 주목할 만한 사례들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을 맞아 게임과 이커머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내년이 되기 전까지 새 근로제도의 안착과 기업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IT업계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대응 방안 그리고 참고할 만한 근로 복지사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맞아 늘어난 기업들의 고민 중 하나는 ‘저녁 있는 삶 대신 공짜 야근만 늘었다’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지난 7월 진행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달라진 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직장인 557명 중 18.1%는 ‘임금감소’, 12.8%는 ‘비공식 야근’을 꼽았다.

퇴근 시간이 되면 PC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꺼진 PC의 전원 버튼만 누르면 다시 이용할 수 있는 곳, PC가 꺼지면 그 시점부터 개인 노트북을 꺼내들고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회사도 있다. 도입 취지야 좋았겠지만 대표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 제도가 된 것이다.

◆일본은 ‘칼퇴근’ 어떻게 잡고 있나=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야근이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지난 2016년 하루 20시간 근무 등 살인적인 업무량에 한 광고회사 신입사원이 자살한 사례도 있다. 과로사가 고질적 사회문제로 꼽힌다. 장시간 근무 관행은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구노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일손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야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점도 한국과 같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과로사 제로 긴급대책'을 발표하고 기업과 게이단렌(경제인연합)에도 정책 협조와 동참을 적극 요구했다. 일명 '과로사 라인'을 초과한 기업명을 공개하고, 시정조치 등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실시하거나, 야근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당을 지급한다는 업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후생노동성(한국 고용노동부에 해당)은 2015년부터 ‘일하는 방식 및 쉬는 방식 개선 지표’를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 지표를 활용해 근로 및 휴식시간에 대한 문제점을 자체 진단하도록 한 것이다. ‘포지션 맵’을 통해 일하는 방식이 문제인지, 휴가 사용방법이 문제인지 확인할 수 있고, ‘레이더 차트’를 통해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자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캠페인도 있다. 장시간 근무 해소와 개인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다. 다만 기업 참여율은 아직 1.4%로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직장 내 의식 개선’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을 효과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일본의 보안회사 다이세이는 퇴근시간에 회사원들을 쫓아내는 드론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이 드론은 일과시간 후 사무실 곳곳을 날아다니며 야근하는 직원을 찾아낸다. 카메라에 야근하는 직원이 포착되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을 틀거나 ‘빨리 퇴근하세요’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이 회사는 추후 얼굴 인식 기능을 탑재해 누가 초과 근무를 하는지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 서구권, ‘연결되지 않을 권리’ 강화 = 사무실에서 퇴근하더라도 카페나 집에서 여전히 업무가 이어지는 점도 중요한 숙제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이메일, 전화, 메시지 등을 통한 항시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도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다음날 오전까지 관련 내용을 보고하라’는 주문은 일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노동자 240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1%가 퇴근 후나 주말에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봤고, 27.5%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업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카톡 업무지시를 어느 수준까지 근로시간으로 봐야하는지 정부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는 상태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근무시간 외 디지털 기기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계약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직원 50인 이상 사업장은 근무시간 외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받지 않는 ‘접속차단 권리’에 대한 노사합의를 맺고 이를 명시해야 한다.

법안 발효 후 프랑스 기업들은 퇴근 후 연락시 제재를 제도화하거나 기술적으로 접속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타이어 기업 미쉐린은 별도의 원격연결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무 시간 이외에 접속한 건수를 파악해 한 달 5회 이상일 경우 제재한다.

독일은 이보다 앞선 2014년부터 ‘안티스트레스’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독일 금속노조가 정부에 입법화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휴식시간에는 일체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 다임러 벤츠는 직원이 휴가 중일 경우 도착하는 이메일을 자동 삭제하도록 했다. 보낸 사람에게는 ‘부재중’이라는 정보와 업무 대체자의 연락처가 전달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근로시간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호출 대기’라는 법률적 개념도 도입했다. 지정된 장소에 머무르지 않더라도, 휴대전화 연락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 운전기사, 수리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에서도 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논의 중이다. 2016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며, 현재 관련 법안 4건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면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토스랩은 자사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잔디’에 퇴근 후 알림 금지 기능을 추가했다. 설정 메뉴에서 요일과 시간대에 맞춰 메시지 수신 일정을 지정하면 된다. 토스랩 김대현 대표는 “공과 사 구분은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퇴근 후 카톡을 막아보자며 카카오 측에 ‘예약전송’ 기능 추가를 요청했으나. 카카오 측은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중요한 아젠다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화나 다른 메신저로 연락할 수도 있고, 이미 카카오톡 기능 중 ‘방마다 알림설정’ ‘특정시간에 알림 금지’ 기능이 있다”며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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