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주52시간 근로제를 두고 각 산업군에선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유연근무제나 탄력근무제가 이미 정착된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혼란이 큰 상황이다.
은행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도입 시기는 2019년 7월부터다. 다만 주요 금융그룹의 IT자회사의 경우 제외 조치에서 벗어나 있다. 당장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그룹의 IT자회사는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등 계열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는 해당 금융사에 파견되고 일부는 본사에서 개발 업무나 지원업무를 담당한다. 트래픽이 하루 종일 일어나지 않는 증권, 보험의 경우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은행의 경우 최근 비대면채널 확대에 따라 24*365 서비스 체제가 도입되는 추세다. 당연히 업무 관련 인력도 이러한 서비스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주 52시간 근무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금융그룹의 IT자회사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 IT자회사 관계자는 “컨설팅 등 관련 검토를 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방향이 서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IT자회사 관계자도 “컨설팅도 하고 있고, 직원 면담, 노무법인 인터뷰 등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고민인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IT자회사들은 다른 금융 계열사와도 보조를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금융그룹의 노조는 주 52시간 적용을 환영하고 있으며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이 이를 1년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금융 IT자회사들이 일반적인 IT서비스업계와 보조를 맞춰 주 52시간 적용에 대해 탄력적인 법 적용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 IT서비스업계는 주 52시간 근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유연근무제 단위기간을 늘려주는 등 탄력적인 규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을 기회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움직임에 맞는 업무 형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 인력의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여기서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업무 효율화 등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빅뱅 방식의 대형 IT사업도 그 당위성이 서서히 사라지는 가운데 야근이 점철되는 업무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52시간 근로가 금융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동인이 될 수 있어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일례로 한 금융사의 경우 오후 6시면 업무용 컴퓨터가 셧다운되지만 아침에는 몇 시에 PC를 키던 제한이 없어 직원들이 저녁에 일찍 퇴근해 아침에 일찍 오는,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자율 출근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 다양한 고민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인 고민보다는 근본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