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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로' 코앞인데…IT서비스업계 “아직 해법 못찾아”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IT서비스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IT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게 IT서비스업계의 입장이다.

정부의 실행의지가 강력한 만큼 IT서비스업계는 충격과 혼란을 줄이기 위한 묘수를 찾고 있다. 업무효율화를 추진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24시간 정보기술(IT) 시스템 운영, 장애처리, 비상근무 등 ICT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혀왔다.

지난 5월 8일 IT서비스산업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인사노무담당자 실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원사들의 주52시간 대응 상황과 현황 등이 점검됐다. IT서비스업체들은 각각 재량근로제와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병행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날 회의에서 오간 내용 일부를 정리했다.(사명은 익명으로 처리)

A사: 발주처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일방적인 인력투입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든 프로젝트가 입찰에 들어가서 확정하기 전에 근로시간 계약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은 결국엔 인력을 더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B사: 시스템 운영(SM)이든 그룹사 내부 프로젝트든, 전 프로젝트에 걸쳐 고객들과 계약협상 재논의 중이다.

C사: 유연근로제 도입으로 실익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사업은 정해져있고, 해야 한다. SM프로젝트 같은 경우 고객하고 협상하지 않으면 도입 불가능한 계약이 현재 상태다. 가장 먼저 고객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고객은 사실상 받아들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고객입장에선 비슷한 품질이면 더 싸게 제공하는 쪽으로 계약하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 발주처에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수주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 밖에 없다. 공공프로젝트부터 당장 문제다. 공공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하면 맨먼스/해드카운팅이 상당수인데 그런 식으로 해서는 근무시간을 보장해줄 수 없다. 기존계약 유지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적용) 유예하는 방안 고민해야한다. 정부차원에서 발주처에 대한 대가산정기준을 바꾼다던지, 그런 형태로 규정해야한다.

B사: 첫 번째로, 단가체계를 변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근로시간 제약이 없었지만 이제 생겼으니 환경이 변했다. 두 번째로, 공공기관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안 받는데 문제는 공무원 복무규정 내 공무원이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는 조항 등 독소조항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우린 적용 안 받으니 모르겠고, 알아서 해라’ 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곤란하다.
세 번째로, 금융기관이 고객사여도 문제다. 금융기관은 작년까지 26개 근무시간 특례업종 중 하나였는데 이번 개정으로 5개로 줄면서, 대부분 대상으로 들어왔지만, 단 1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7월부터 적용을 받는 IT서비스업체들과의 적용시차가 존재한다.
발주처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IT서비스)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근로시간단축 취지 자체가 고용을 늘리라는 것이지만, 고용을 늘리면 그 비용에 대한 부분은 사업체의 몫인데 쉽지 않다.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고 갔다.

D사: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기존 근로기준법에 맞춰서 실 초과근무수당을 작년부터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를 반영하다보니, 시간외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어서 이 부분을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B사: 현재 6월까지는 기존 근무규정(시간/임금 포함) 유지할 예정이다. (근로시간단축에 따라) 대책을 만들 수밖에 없기에 평일야근에 대해선 당초 야근수당이 없었지만, 야근수당을 새로 만들어 10시 이후에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지급. 실 추가업무수당(O/T)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주 52시간으로 묶이면 한 달 기준 포괄 10시간 포함된다. O/T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8시간이 최대로 묶여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휴일근로수당은 지금보다 더 좋게 지급하려는 방침이다. 52시간으로 관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토/일까지 나와서 근로를 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이 근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시간이 줄여지겠느냐는 부분에선 좀 회의적인 시각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근로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 근로시간도 줄었다.

D사: 현재 O/T지급은 안하고 있다. 반응은 안 좋다. 대체휴무와 관련해선, 연차도 못쓰는데 무슨 대체휴무냐는 반응도 있다.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하지 않으면 직원들 반응 누그러뜨리기 어렵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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