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주52시간③] 외국계 기업은 좀 나아졌나… 현장 반응은 '글쎄'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8-08-09 09:50:39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을 맞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내년이 되기 전까지 새 근로제도의 안착과 기업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요 기업들의 대응 방안과 참고할 만한 근로 복지사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외국계기업 역시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과 근로시간 단축 적용 기준은 같다. 다만 비교적 선진적인 조직문화가 바탕이 돼 있어 이미 주 40시간 이내 근무가 일상적인 경우가 많다. 정시 퇴근제를 준수하고 대부분 주 5일제를 지킨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실질 업무 변화 체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2년부터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다는 내규를 만들어 시행했다.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 역시 “아직 실제로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 데이터를 조사하는 단계지만, 워낙 퇴근들을 빨리하는 편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금요일 조기 퇴근제 등 제도를 정비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계는 꿈의 워라벨? ‘꿈 깨는 게 좋다’ = 많은 사람들이 외국계 기업의 장점으로 ‘합리적인 기업문화’ ‘눈치 보지 않는 칼퇴근’을 꼽는다. 유명 외국계 데이터베이스 기업의 한 직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퇴근 시간이 오후 5시30분으로 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에 한해서다.
일부 외국계 기업의 경우 육아 등 본인의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개인에게 주어진 달성 목표가 높아 퇴근 후나 집에서도 작업하는 일이 흔하다. 실 근무시간은 더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회사처럼 업무 중 개인 잡무를 보는 일이 드물고 급여가 대부분 연봉제 기준이기 때문에 초과근무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지난 7월 직장인 2004명을 대상으로 주말근무 현황을 조사한 설문에서 ‘주말 근무가 없다’고 답한 외국계기업 종사자는 44%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45.5%, 대기업은 48.4%, 공기업은 52.9%가 주말 휴일을 보장받는다고 답했다.
또 외국계 기업의 경우 각 나라별 시차 때문에 저녁 늦게 본사 직원과 전화 및 화상회의, 이메일을 교환하는 일이 빈번하다. 저녁 6시에 퇴근해도 오후 9시부터 쏟아지는 전화와 이메일에 응대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초과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 일이 드물다.
비교적 ‘워크 프롬 홈’ 같은 재택근무제가 잘 활성화돼 있는 것은 특징이자 양날의 검이다. 오전 6시에 본사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점심시간에 출근하는 일도 잦다. 절차도 복잡하지 않아 폭설과 같은 기상이변에도 당일 상사에게 ‘오늘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이처럼 결국 국내 기업과 중요한 차이점은 업무시간, 장소 선택 유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각 직원에게 요구되는 성과는 높지만 당일 내려오는 업무지시나 불필요한 보고가 없어 효율성이 높아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미국, 독일 등 외국계 기업 본사는 = 미국에는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외근영업직, 컴퓨터 전문직 등 일부 직종에 시간 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장치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는 제도가 있다. 미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이를 초과하면 시간 외 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화이트 이그젬션은 여기 속하지 않는 ‘예외조항’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재량근로시간제’와 유사하지만 특정조건을 만족하면 초과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주로 고연봉 사무직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때문에 애플 등 미국의 IT(정보기술) 기업들도 근무시간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적용 대상이 주당 455달러(약 51만원) 이상 소득제라 미국에서도 기준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는 비판 의견은 있다. 전문직 상위 25% 이상 근로자 임금수준으로 기준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짧다. 1967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이후 1995년부터 전 산업군에 걸쳐 주 38.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2015년 기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35시간이다. 독일 노동법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2시간 연장 근로가 가능하다. 1주 최장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독일은 ‘근로시간 예치제도’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는 근로계약 등 정해진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차이를 기록해 은행 예금처럼 계좌에 기입하는 제도다. 적립된 시간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휴일, 휴가 등 근로자의 휴식으로 보장된다. 이 방식으로 주문량이 몰리는 시기 등에 따라 근로시간을 1년 단위로 유연하게 운용한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로 ‘탄력근로제’가 있지만 운용 가능한 기간이 최대 3개월로 짧고 서면합의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지난 3일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이를 지적하며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각각 6개월(취업규칙에 따른 경우)과 1년(노사서면합의에 의한 경우)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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