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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④]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 생산성 높이기 복안은?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을 맞아 게임과 이커머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내년이 되기 전까지 새 근로제도의 안착과 기업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IT업계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대응 방안 그리고 참고할 만한 근로 복지사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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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대호·이형두기자] 국가별 1인당 노동생산성 조사를 보면 한국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중에선 한국이 17위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34.3달러로 1위인 아일랜드(88달러)의 38%에 머물렀다.

OECD 기준으로 2016년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05시간이 더 많다.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한 멕시코(2255시간) 다음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OECD에 실제보다 과소 집계된 노동시간을 보고한 탓에 멕시코에 밀렸다는 웃지 못할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으니 기업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업무시간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낮은 생산성이 긴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꿔 말하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어느 정도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근로자 10인 이상 제조업체(1만1692개)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노동시간이 그동안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물론 주 52시간 근로 체제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된다 해도 총생산이 많을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지상과제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주 52시간 근로 체제에서 더 많은 총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업계 전반이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하는 고민에 맞닥뜨리게 됐다.

OECD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 도표 <한국노동연구원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보고서 발췌>
OECD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 도표 <한국노동연구원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보고서 발췌>
◆생산성 향상, 인력충원보다 선호=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처방안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31%)를 ▲인력충원(25%)보다 우선시했다.

기업 입장에선 사람을 더 투입해 비용을 늘리는 것보다 생산성 제고를 효율적인 대처라고 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론 ▲생산량 축소(21%) ▲공정자동화 투자(17%) ▲근로자 생산성 향상(14%)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업들은 고용에 앞서 생산성 유지 방안으로 ▲근태 및 업무시간 관리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 ▲스마트 팩토리 구축 ▲키오스크(무인결제시스템) 도입 등을 꼽았다.

◆‘당기거나 미루거나’ 출퇴근 시간 조정=근태 및 업무시간 관리에 해당하는 출퇴근 시간 조정은 대기업, 중견기업이 가리지 않고 많이 활용하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개발·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근무시간 측정 및 자율관리 시스템을 실시 중이다. LG전자도 올해 3월부터 사무직은 주 40시간, 기능직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다.

넥슨은 각 조직별로 지정한 의무근로 시간대(10시~15시 등) 외엔 주 40시간의 근무시간 충족 시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장려 중이다. 넷마블은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10시~16시, 점심시간 1시간 포함) 근무시간을 제외하면 직원들이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 선택하도록 했다. 개인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게 되면서 오후 4시에도 퇴근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한 근무 알아야’ 사내 교육 강화=사내 교육 강화도 생산성 강화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내 교육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퇴근 후 자율적인 교육을 유도하되 강제성은 배제하는 방향이 추천된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내 교육을 하고 있다. 통신기업 AT&T는 조지아테크,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과 손잡고 임직원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세라(Coursera) 같은 온라인 강좌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 디지털 마케팅 수업을 듣고 학위를 따면 비용을 보조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임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많은 예산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한 근무 방식을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회의, 업무, 보고 등의 방법을 각종 홍보물과 사내 웹툰 등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각 회의실마다 타이머를 비치해 정해진 시간 동안 회의 운영 및 분명한 결과 도출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마트 워크’ 바람 거세질 듯=주 52시간 근로 체제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줄일 필요가 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자가 앉은 곳이 근무처가 되는 ‘스마트 워크’가 본격화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스마트워크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2년부터 수도 워싱턴 인근에서 ‘스마트워크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7년 이미 전체 사업체의 49%가 원격 근무를 도입했고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 중 91%가 원격 근무를 시행 중이다.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근로문화가 발전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선 국내에서 원격근무 솔루션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ERP 이용 사업체 비율은 6.8%에 그친다. 시장이 커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근로방식의 변화도 잇따를 전망이다. 직접 대면보고가 줄고 전자결재가 늘어날 수 있다. 부서장이나 팀장 중심의 회의 방식의 개선과 회의 목적과 소요시간을 명확히 하는 ‘스마트 회의’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키워드 중심의 간단 보고서로 보고 형식을 바꾸고 보고 단계를 최소화하거나 현장 담당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식의 ‘선 조치 후 보고’ 시스템 정착이 일상화될 수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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