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토교통부는 렌터카 결합 대리기사 모형의 합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앱 호출 시장에서의 ‘배회영업’과 알지도 못하는 ‘라이더의 유치 활동’이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차차서비스를 규제하려고 합니다.”(차차크리에이션 김성준 대표)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차차크리에이션 김성준 대표는 “하루아침에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며 2일 이같이 호소했다. 이 업체는 기존 우버가 갖고 있던 운수사업법 위반요소를 렌터카와 대리기사 서비스를 조합한 모델 '차차'로 돌파한 곳이다. 장기간 법률 자문을 거쳐 법적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비즈니스모델(BM) 특허를 등록하고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이 서비스가 운수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영업행위를 중지시키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차차 드라이버들은 격분해 강하게 반발했고, 업체는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차 서비스는 외관상 ‘카카오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플랫폼이 기사와 차량을 매칭해 주는 온디맨드 서비스다. 유사운송행위로 불법 판정을 받은 우버와 다른 점은 ‘대리기사’ 서비스 개념이다.
차차 승객이 모바일로 렌터카를 빌리면 드라이버는 렌터카를 승객에게 탁송해준다. 이는 쏘카의 ‘쏘카부름’서비스, 현대캐피탈의 ‘딜카’와 동일한 방식이다. 승객과 드라이버가 만난 시점부터는 드라이버가 대리기사가 돼 승객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대리기사와 렌터카를 조합한 모델은 현재도 허용돼 있다”며 “차차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렌탈 계약을 실시간 자동 매칭한 모델, 이는 오프라인에서 수동으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의견은 다르다. 국토부 신교통개발과 관계자는 “대여의 기본 취지는 대여자 본인이 차량을 점유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인데, 차차의 경우 콜을 받고 라이더를 태우러 오는 행위, 태우고 내려주는 행위, 즉 이동서비스를 받기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가 모두 포함돼 순전히 단기 임차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 A라는 부분을 허용하고, B라는 부분을 넘어가면 불법이라고 할 때 A~B까지 회색지대인 경우가 많다”며 “법 조문에 유사운송의 범위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은 이유는 이를 입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 최종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겠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전체적인 법 체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다르면, 승합차 승차공유 ‘벅시’ 서비스의 경우는 이런 법적 문제가 없다. 승객 다수가 동시에 계약하고 알선 조항이 있으며 사전 예약형이기 때문에 유사택시로 변질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쏘카의 차량 딜리버리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렌터카 영업행위가 영업소에만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차량 픽업 현장에서 차량 인도 인수는 적극적 영업 행위로 보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차차의 경우는 계약 약관 상 대리운전이 필수적으로 결합하게 돼 있고, 대여료가 대여시간이 아닌 이동거리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여 사업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사실상 택시 영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운수질서와 공공성을 보장하는 관계 부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며 난감함을 전했다.
법적 대비를 철저하게 해 왔던 차차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예상했지만 정부가 발목을 잡을 것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라 문제 해결이 촉박하다.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 규제 움직임에도 차차 측은 서비스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차차 드라이버의 경우 카풀과 달리 전업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어 서비스를 멈추면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또 차량공유(카셰어링)이나 카풀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셰어링 시장엔 쏘카, 그린카 등 기존 사업자들이 버티고 있고, 카풀 시장은 선두 업체조차 실적 악화로 휘청이고 있다. 풀러스는 지난 달 직원 70%가 구조조정 됐으며 김태호 대표도 사임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과 관계부처 갈등 반복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책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시대변화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내놓는 대신 노골적으로 택시업계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 황주홍 의원이 각각 발의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규제를 더 강화하는 ‘카풀금지법’이었다. 국회의원들이 택시업계 종사자 27만명, 가족 포함 100만명 표심 때문에 기득권 이익만 대변한다는 인식이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법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를 탓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을 허가해주고 싶어도 법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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