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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클라우드 확산에 소극적?…행안부의 네가지 고민

-송희경 의원, 지난 6월 클라우드 발전법 일부개정안 대표 발의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행정안전부가 공공 분야 민간 클라우드 확산에 소극적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과기부와 행안부는 주어진 임무가 조금 달라 저희는 몇가지 추가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클라우드 도입 범위 확대, 데이터 등급 분류 완화 등과 관련해 현재 리스크(위험요소)를 검토 중이며, 예정보다 앞당겨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윤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국장은 3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송희경(자유한국당)·정병국(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활용 이대로 좋은가?’ 정책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행안부는 공공 분야의 민간 클라우드 확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는 대상기관 및 정보자원 중요도에 따라 민간 클라우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부처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구 정부통합전산센터)의 G-클라우드 및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할 것을 장려한다.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권장하는 곳은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하’로 분류된 정보등급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체 공공 데이터의 약 8%로 보고 있다. 이 역시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은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써야한다. 여기에 정부의 망분리 조치로 사실상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그동안 클라우드 업계에선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정보등급을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 지자체도 자체 클라우드 구축 대신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결국 행안부가 민간 클라우드 이용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다.

이날 정 국장은 “행안부가 결코 민간 클라우드 확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할 경우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공개적인 석상에서 민간 클라우드 활용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행안부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을 업계에서도 함께 고민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가 고민하는 민간 클라우드 전환 리스크는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총소유비용(TCO)이다. 흔히 민간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비용이 절감된다고 하지만, 최근 나온 자료를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15년 클라우드 발전법이 제정됐을 때 클라우드 산업협회와 공공기관 대상 별도의 요금제를 설계하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만든 것도 각 부처 및 기관마다 전산실을 구축하는 비용을 아끼자는 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민간 클라우드 이용시 TCO가 자체 구축보다 더 많을 경우 기획재정부의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리스크는 민간 클라우드 활용 시 개인정보유출 등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다.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국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개인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 현행법 상 사업자 실수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개인당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그는 “현재 주민등록시스템도 민간 클라우드로 보내자는 의견도 있는데 만약 5000만명의 등본시스템이 유출될 경우 1인당 배상금액을 만원씩만 잡아도 5000억원”이라며 “이같은 규모의 손해배상을 할 만한 기업이 있을까 라고 걱정하다보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기업이 수지가 맞지 않아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을 철수할 경우, 국민에게 중단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같은 리스크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IT업계 일자리 감소 및 산업구조의 수직계열화도 행안부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다. 그는 “이달 초 모로코에서 UN 주최의 전자정부회의가 있었는데, 사적인 자리에서 유럽연합(EU)의 정부 관계자가 민간 클라우드 활성화 이후 소규모 SI업체가 없어지더라는 고민을 전해줬다”며 “행안부의 미션 중 하나가 지역경제인데, 지방 소규모 SI업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국내 IT산업구조 자체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및 이들의 협력업체에 종속된 수직계열화된 산업구조로 개편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민간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IaaS 보안인증만 있는 상태에서(최근 SaaS로 확대)로 공무원들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과정을 밟아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전환과정이 좀 불편한 것 같다”며 “클라우드 전환과정이 편리할 수 있게 업계에서 고민해 달라”고 제언했다.

그는 또 “1조원을 들여 2개 정부통합센터를 지었는데, 지금 당장 센터를 폐쇄하고 관련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내보낼 수는 없다”며 “5~10년 후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 이런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쟁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건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끝나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당초 10~11월 경 검토를 마무리하고 업계에 조금이나마 좋은 소식을 주려고 했는데 이보다 1~2달 앞당겨 검토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행안부를 비롯해 박학래 티맥스OS 대표, 한상영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상무, KT 김종혁 팀장, 이성웅 한국IBM 상무, 정경일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상무 등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송희경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50조원의 정부 예산이 공공 망분리와 같은 문제로 낭비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클라우드 시장은 데이터의 갈라파고스화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 클라우드 중심의 클라우드 퍼스트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클라우드 온리(Only), 중앙정부는 클라우드 퍼스트로 변해야 하며, 클라우드 사용 금지를 용인하는 예외조항을 삭제해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경원 과기부 SW정책관도 “현재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이 규제로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져도 클라우드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탬플릿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희경 의원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수요 자체보다는 레퍼런스, 즉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AWS에 클라우드를 맡기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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