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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적당했던 5G 주파수 경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원론적인 경매 취지로만 보자면 실패한 경매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세수 극대화가 아닌 산업의 활성화 및 국민 편익 증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름 적정선을 찾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첫 5G 주파수 경매가 2일차 9라운드에 마무리 됐다.

개인적인 관전평은 '적당했다'이다.

이통사간 치열한 승부는 없었다. 경매의 묘미는 작전, 그리고 과감한 배팅을 통해 미래의 수익이 될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는 수합의 겨루기 끝에 싱겁게 끝났다. 별다른 경쟁도, 작전도 보이지 않았다. 관객 입장에서는 좀 허탈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끝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정부가 애시 당초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경매를 설계했고 적정 타이밍이 오자 종료 될 수 있도록 개입했기 때문이다. 경매 2일차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과기정통부는 증분을 최대치로 올렸다.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은 결국 레이스를 중단했다.

경매가 너무 과열돼도, 너무 조기에 종료돼도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조기에 종료될 것을 감안해 최저경쟁가격은 올려놨고, 적정한 타이밍에서 경매가 종료됐다. 경매를 종료시켰다라는 표현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최저경쟁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그만큼 라운드는 진행되지 않았다. 상승분이 많지 않았으니 이통사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과기정통부가 경매를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5G 세계최초 상용서비스라는 업계와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파수를 확보하는 비용이 올라가면 투자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 하라며 등을 떠밀면서 많은 대가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가능한 할당할 수 있는 많은 주파수를 매물로 내놓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나름 5G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를 위한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가 80MHz폭을 가져갔지만 이번 경매에는 나오지 않은 보호대역 20MHz폭에 인접한 대역의 주파수를 가져갔다. 더 많은 주파수를 달라던 SK텔레콤은 어찌됐든 최대 물량을 확보했다. KT도 원하는 만큼의 주파수를 확보했다. 28GHz 대역은 똑 같이 나눠가졌다. 정부는 조기종료, 과열경쟁 부담에서 벗어났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경매 결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적극적인 투자로 제대로 된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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