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개발자의 성지 ‘깃허브’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렸다. 4일(미국 현지시간) MS는 ‘깃허브’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인수가는 75억달러(한화로 약 8조원)로 MS 주식으로 받는다. 인수는 올해 말까지 마무리되며, MS는 깃허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깃허브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유, 협업하는 소셜 코딩 사이트이자 커뮤니티다. 때문에 개발자들의 페이스북, 놀이터 등으로 불린다. 분산 소스 버전 관리시스템인 깃(Git) 기반의 소프트웨어(SW) 프로젝트를 온라인 저장소(레파지토리)에 올려 관리하며, 개발자 간 협업도 가능하다. 깃의 태생이 리눅스에서 비롯된 만큼 오픈소스 개발자가 많이 써왔다.
지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어진 깃허브는 현재 2800만명의 개발자가 협업하고 있으며, 8500만개의 코드 저장소가 운영되고 있다. 개인 개발자부터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18억개의 조직이 깃허브에 코드를 올리고 관리한다.
MS 역시 지난해 말 자사가 직접 운영하던 깃허브의 경쟁 서비스 ‘코드플렉스’를 폐쇄하고 깃허브 마켓플레이스에 ‘앱센터 앱’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부터 MS의 깃허브 인수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MS는 2016년 깃허브에 처음으로 코드를 기여한 후 현재까지 약 1700여명의 MS 소속 개발자가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올렸다.
하지만 깃허브는 지난 10년 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에 유료서비스인 ‘깃허브 엔터프라이즈’를 제공 중이었지만 큰 이익을 내지 못했다. 또 깃랩이나 비트버킷과 같은 경쟁 서비스가 등장했다.
때문에 이번 MS의 깃허브 인수가 오픈소스 진영에 갖는 의미는 크다. 그동안 깃허브는 어느 벤더에도 종속되지 않은 오픈 플랫폼의 역할을 해왔다. 일부 개발자들은 이번 인수를 보면서 8년 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 자바 소유권을 가지며서 구글과 벌인 자바API 소송을 떠올린다. 오픈소스 플랫폼이 MS와 같은 상용 SW벤더에 인수되면서 더 이상 이전의 깃허브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깃허브는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등 MS의 경쟁사도 사용하는 서비스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기타 운영체제, 애플 iOS 등의 소스코드가 깃허브에 올라와 있다. 반 MS 정서가 있는 개발자들이 다른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로 대거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MS의 깃허브 인수 소문이 공식화되면서 일부 개발자는 깃랩 등으로 자신의 코드를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깃허브’라고 불리는 깃랩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깃허브에서 깃랩으로 이전하라(Migrate Github to Gitlab)’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MS에게 깃허브 인수는 어떤 의미일까.
이번 인수는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적극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델라 CEO는 2014년 새롭게 부임하면서 오픈소스 기술 투자를 적극 확대해 왔다. 2001년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 CEO는 “리눅스는 암”이라고 표현했지만, 2014년 나델라 CEO는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했다. 파워셀,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등을 오픈소스로 풀었고, 캐노니컬, 레드햇 같은 오픈소스 SW 벤더와 선을 잡았다.
‘클라우드 올인(All-in)’을 선언한 MS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 생태계다.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MS 애저’에 많은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깃허브와 같이 사랑받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깃허브는 MS에 막대한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할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깃허브는 MS 애저 생태계에 개발자를 올릴 수 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MS는 깃허브에서 운영되는 소스코드를 애저에서 구동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깃허브를 애저와 잘 연계하면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위를 높일 수 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인수 이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개발자들은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계의 코드를 작성하는 새로운 시대의 건축가(builders)이며, 깃허브는 그들의 집(home)”이라며 “MS는 개발자 중심의 회사이며, 커뮤니티에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깃허브를 통해 3가지 명확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 구현부터 협업, 클라우드로의 배포까지 개발수명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개발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 판매 및 파트너 채널을 통해 깃허브를 사용하고 MS의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및 서비스에 접속하게 해 엔터프라이즈 개발자 사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MS의 개발자 도구 및 서비스를 새로운 대상(깃허브 이용자)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델라 CEO는 “MS는 깃허브 커뮤니티의 집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깃허브에 개발자 우선 정신을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개방된 플랫폼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MS는 깃허브의 신임 CEO로 자마란 설립자이자 오픈소스 베테랑인 냇 프리드먼 부사장이 선임됐다. 그는 스콧 구쓰리 MS 클라우드 및 AI 그룹 수석 부사장에게 보고한다. 현 깃허브 CEO인 크리스 원스트러스는 MS 기술 고문을 맡게 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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