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마녀사냥은 서구 역사의 중세를 암흑기로 풀이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3세기에 걸쳐 50만명 이상을 처형했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다. 마녀사냥은 부패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시작했다. 토속 신앙을 믿는 이를 악마와 결탁했다고 몰았다. 시간을 거듭하면서 교회의 적을 처단하는데 악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추진 과정은 중세 마녀사냥과 다르지 않다. 통신사를 마녀로 규정, 가계통신비 논란의 책임을 통신사에 전가했다. 과기정통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규개위 구성은 25명. 정부 측 인사가 8명이다. 민간위원 17명 중 5명만 끌어들이면 의결 정족수 13명을 채울 수 있다. 2년 마다 정부가 요금을 재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통신사가 정부의 의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응징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손에 넣었다.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 등 정부의 세금 외 수입원은 그대로다.
통신사에 대한 규제의 근거는 사업을 하는데 활용하는 주파수가 공공재라는 점.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가 그동안 공정 경쟁과 투명한 고객 응대를 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소비자가 통신사 마녀사냥에 동참한 것은 통신사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원가를 공개하고 아파트 가격을 법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규제는 공급과 소비를 시장 내에서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양측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필요하다. 통신도 마찬가지다.
보편요금제는 통신사 자율경쟁 싹을 자른다. 통신사는 미래의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서 현재 최대한 돈을 벌어야 한다. 요금을 미리 내렸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인가제를 폐지해 자율성을 주겠다는 과기정통부 얘기는 면피성에 불과하다. 법이 있는데 인가제가 있고 없고가 무슨 소용인가. 제 4이동통신사 등장도 난망이다. 돈을 벌면 욕을 먹는 사업이 무슨 매력이 있다고 신규 사업자가 나올까.
정부의 역할은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공급자는 시장에서 제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다. 통신사는 마녀가 아니다. 지금은 중세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