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규제개혁위원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원안대로 통과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6월 국회통과를 목표로 했다. 포퓰리즘과 산업 진흥 외면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모든 일은 통신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11일 규개위는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원안 통과했다. 지난 4월27일 회의 때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렸다. 위원끼리 의견 충돌도 심했다. 이례적으로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보편요금제는 원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규개위 구성 탓이다. 규개위는 정부 측 7명 포함 24명이다. 안건은 13명이 찬성하면 통과다. 정부 의도대로 흐르기 쉬운 구조다. 보편요금제는 국정과제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2년 마다 요금을 재검토한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재벌이 갑질하고 나쁜 짓을 하면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논리를 뒤집어 좌지우지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라며 “보편요금제는 매우 강력한 규제로 포퓰리즘이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 공약인 기본료 폐지 무산 구원투수로 보편요금제를 내밀었다”라고 비판했다.
포퓰리즘은 정부가 자초했다. 말이 계속 달라졌다. 작년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가 전체 요금제를 하향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과도한 규제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요금규제 1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표현 방식 차이가 아닌가 하다”라며 “보편요금제 외에 사업자가 자율 조정할 영역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을 통신사가 전액 감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통신 3사 직접 수익 하락 7800억원 간접 영향 5800억원 총 1조3600억원으로 예상했다. 작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2조2000억원보다 줄었다. 전 국장은 “차이는 이해관계자나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신사는 새 정부 들어 실적 악화 일로다. 정부는 작년 선택약정할인 할인율 5%포인트 상향, 취약계층 요금 감면을 실시했다. 1분기 통신사 무선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SK텔레콤 3만3299원 ▲KT 3만2993원 ▲LG유플러스 3만3355원이다. 전기대비 ▲SK텔레콤 1584원 ▲KT 1084원 ▲LG유플러스 1275원 떨어졌다.
또 과기정통부는 세계 최초 5세대(5G) 무선통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역시 통신사가 돈을 들여야 할 지점. 정부가 내놓은 5G 주파수 가격은 총 3조2760억원부터 출발이다. 우리에 앞서 5G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 영국 낙찰가의 1.6배다. 통신사는 매년 세금 외 정부에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를 낸다. 업계가 추정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부담금 2017년 총액은 1조3800억원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55%는 방송통신발전기금 45%는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간다. 작년 방발기금 중 58억원만 통신소비자에게 쓰였다. 그나마 전파사용료는 일반 회계로 가 어디에 쓰이는지 개별 확인이 불가하다.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제4이동통신 등 통신생태계 전반의 붕괴 우려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들은 기존 통신사보다 저렴한 요금제가 무기다. 보편요금제는 이들의 생존 기반을 위협한다. 전 국장은 “알뜰폰 도매대가 비율 중 40%로 돼 있는 요금제 대가를 30%로 떨어뜨리면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역시 통신사가 알뜰폰에게 받는 도매대가를 깎아야 한다는 뜻. 통신사가 할 몫이 늘었다.
한편 김 교수는 “요금인하는 되겠지만 너무 한 쪽 측면만 본다. 공급자가 돈을 벌어야 일자리창출, 투자 등이 이뤄진다. 훨씬 시장 친화적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 공급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 손실로 간다. 재고가 필요하다”라며 “더 나쁜 것은 정부가 사업자와 협상을 해 알뜰폰에는 도매대가를 내려주겠다고 하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