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출이 고공비행 중이다. 반도체가 전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 비중도 계속해서 확대 중이다.
지난해 ICT 수출은 1976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올해 1~2월에도 월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ICT 수출이 내내 부진했다. 휴대폰은 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수출 3총사가 동반부진에 빠지며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최대 수출국인 기회의 땅 중국에서 한국산 ICT 제품과 부품이 설자리는 조금씩 빠져나갔다. 하지만 2016년 12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전체 수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2017년부터는 계속해서 매월 최대 수출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사상최대 실적의 원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96.6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이 2016년 수준이었다면 지난해 사상 최고의 ICT 수출 달성은 불가능했다.
지역으로는 단연 중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대중국(홍콩 포함) ICT 수출은 1043.9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52.8%가 집중됐다. 수출전진기지 베트남의 경우 13억달러, 대미국 수출은 9.2억달러였다. 특히,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된 품목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9.5%에 달했다. 올해 1월에도 37.2%, 2월 39.8% 등 반도체는 여전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5년간 독주하던 인텔을 제치고 시장 선두자리에 등극했고 SK하이닉스도 퀄컴을 누르고 3위 자리에 올라섰다.
문제는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중국 덕에 전체 ICT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반대로 중국과 반도체라는 두 고리가 끊어질 경우 전체 ICT 수출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들의 성적표는 그저그렇다. 지난해 휴대폰은 28.8% 감소한 190.4억달러였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꾸준히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이지만 절대 수출액 자체가 많지 않다. 지난해 96.4억달러 수출로 반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반도체만큼 폭발적 성장은 아니다. 올해들어서는 상승세도 꺾였다. 디지털TV 수출도 감소 추세다.
올해 세계 ICT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OLED 등 주력 품목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해외 경쟁사들의 공정전환 등으로 인한 공급감소로 수출 증가는 물론, 단가 상승도 기대되고 있다.
당분간 반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폭발적 성장률은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7.5%로 전망했다. 지난해 22.2%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도 불안하다. 중국 정부는 공급 가격 인하 압박 및 반독점 조사 등 국내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생산증대에 나선 가운데 공급과잉에 주요 국가들의 견제 등의 악재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은 "설비투자 완료가 예상되는 2019년에는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정부의 국내 기업 견제도 향후 선두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