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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오는 6일(현지시간) 운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퀄컴과 브로드컴이 주주 마음 붙잡기에 나섰다. 각자 자신에게 투표해 달라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 퀄컴을 지지한다면 ‘화이트’, 브로드컴은 ‘블루’ 카드를 제출하면 된다. 반도체 업계 3위와 4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는 양사는 이번 결과에 따라 향후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퀄컴이 지지층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승리한다면 5세대(5G) 이동통신 공략을 가속하면서 반전을 꾀할 수 있다. 반대로 브로드컴이 노리는 대로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6명을 확보할 경우 반독점 규제로 인한 각국의 반발에 휩싸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통해 문제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2일 퀄컴과 브로드컴은 주주에게 보내는 성명을 발표하고 주주총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읍소했다. 이번 주총에서 퀄컴은 기존 11명의 이사진을 그대로 신임해달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은 반수가 넘는 6명의 이사진을 교체해 적대적 인수합병의 토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공약과 같은 향후 비전과 주주 정책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먼저 퀄컴은 5G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엄청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도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non-GAAP EPS) 목표는 6.75달러~7.5달러로 브로드컴이 제시한 주당 인수가 79/82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더불어 브로드컴은 퀄컴의 업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이제까지 제시한 사업 방향과 가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로드컴은 자신들이 퀄컴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퀄컴이 상장한 이후 26년 이상이 흘렀지만, 주가는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브로드컴의 제안은 위험이 적고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라는 것. 6명의 새로운 이사 후보는 퀄컴 이사회보다 훌륭한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표결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투표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표결에 나서는 주주의 수가 많으면 브로드컴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과 기존 11명의 이사 재신임만이 투자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주주총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업계와 반독점 전문가들은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끼칠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로드컴이 인수합병 불발 시 언급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지 불투명하고 다른 업계의 사례를 고려할 때 18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투자자는 시세차익 정도의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혼란이 가중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련 업계가 받아야 한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우리나라 입장에서 퀄컴과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라며 “모뎀칩까지 빨리 내달라고 할 만큼 5G 조기 상용화에 목말라 있는데 그 누구도 불확실성을 늘리기가 싫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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