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전자제품 표면처리 전문업체 파버나인(대표 이제훈)이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와의 공급계약 협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파버나인은 올해 초부터 테슬라와의 협의 건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었다.
파버나인은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와 의료기기 외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는 “테슬라 건은 이번에 포기했다. 3차 벤더도 도금 분야만 하다보니 가격 편차가 너무 심해 이번에 결렬됐다”며 “나중에 1차 벤더에서 대량 물건(수주 입찰에)이 되면 참가할 생각은 있지만, 적자 보면서까지 할 포인트는 아니다. 그래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파버나인은 테슬라의 2차 벤더를 통해 차량 250대 분량에 표면처리된 외관제품을 제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50대 분을 양산한 경험이 있기에 (자동차 관련) 표면처리 기술은 준비가 돼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며 “우리는 자율 주행차와 전기자동차의 실내 인테리어쪽 메탈 준비를 더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그간 주가 상승을 이끌어왔던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이 결렬된 점이 향후 주가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버나인 주가는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와의 공급 이슈로 작년 11월 중순 4000원 수준에서 올해 4월까지 7000원대 초반으로 80% 이상 상승했다. 4월 이후 주가는 완만히 감소해, 10월 말 480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11월부터 다시 상승해 최근 주가는 5600원대다.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이 결렬됐지만, 대신 회사 측은 미래 먹거리로 디지털사이니지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사이니지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내년 우리가 추정하기로는 (사이니지 관련 매출이) 500억원대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예상치가 현재 확보된 거래처 매출로만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코스닥 상장 당시 TV 부문에 국한됐던 매출 비중을 의료기기 등 여러 분야로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제품별 매출 비중은 TV 48.4%, 의료기기 18.3%, 생활가전 29.4%다.
회사 측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성장성과 관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고가의 옥외 디스플레이를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사이니지 매출액을 감안해 베트남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내년 디지털사이니지 부문 제품이 주축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 소재 가공을 통해 프리미엄 TV, 의료기, 가전제품 등의 외관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아울러 알루미늄 소재의 외관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인 아노다이징 표면처리 기술과 정밀 소성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표면의 질감을 감성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버나인은 쾌적함과 영속성을 지닌 메탈 소재가 가전제품에 채용되는 추세에 힘입어 가전제품 외관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 알루미늄 소재 TV 등의 외관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인 ‘알루코(대표 김택동, 박석봉)’라는 회사와 삼성전자 내에서 외관 제품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전제품 외관시장과 더불어, 의료기기 외관제품 시장에도 진출해있다. 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의료기기 외관제품에 대한 주요 파트너사로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향후 가전제품 시장은 물론, 자동차와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메탈 사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사는 인천 남동 공단에, 송도에는 의료기기 사업부가 있다. 광주 사업장은 생활 가전에 특화돼 있으며, 베트남 법인 ‘PAVONINE VINA.,LTD’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인천 본사 공장, 광주 공장, 베트남 공장을 2020년까지 총매출 300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인천 본사, 광주 공장, 베트남 공장의 부지 규모는 각각 3000평(9917㎡), 6100평(2만165㎡), 2만평(6만6115㎡)이다.
베트남 공장은 올해 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의 근로자 수는 250여 명이다. 현재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압출동, 창고동, 조립동, 후처리동 등 증축 중인 라인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올해 10월 말 정밀가공동이 완공되면서 TV 관련 모델은 모두 베트남 공장으로 이관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은 내년 1월부터 매출로 인식된다. 베트남 공장의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매출 600~700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내년 베트남 공장이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이 회사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245억3000만원, 6억7000만원, 5억6000만원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67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 제품별(외관 제품) 매출은 TV 191억원, 사이니지 181억원, 의료 140억원, 가전 225억원이다. 미국 가전 메이저 회사인 GE 등 글로벌기업향 매출은 30억원이다.
회사 측은 올해 GE의 가전부문과 디지털 사이니지 매출이 증가하고 TV 부문이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부문 매출 증가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사들의 드라이빙스루(Driving Through) 도입 확대로 인한 여파다. 생활가전 분야에선 냉장고 문을 여닫아도 온도편차를 일정히 유지하도록 냉기를 머금는 매개체인 ‘메탈쿨링’이란 기능을 추가해 매출 확대폭이 늘어났다.
올해 4분기 실적에 대해, 이 대표는 “4분기가 비수기이기 때문에 떨어질 수 있으나,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매출을 시현할 것”이라며 “올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내년에도 50%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할 계획이 있냐는 투자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이번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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