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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이사회가 브로드컴의 공개 인수합병(M&A)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적대적 M&A를 허용치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브로드컴은 퀄컴 M&A 작업을 계속함과 동시에 퀄컴 주주들을 설득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의결권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13일(현지시간) 퀄컴 이사회 의장인 폴 제이콥스 회장은 공식성명을 통해 “브로드컴이 제시한 인수가는 (퀄컴의) 지배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게 이사회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지난 7일 퀄컴에게 공개 M&A 제안을 했다. 주당 70달러(현금 60달러, 브로드컴 주식 10달러)에 250억달러(약 27조86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껴안는 조건이다. 총액은 1300억달러(약 144조8800억원)에 달했다. 과거 88달러, 최근 3년 사이에도 81달러까지 올랐던 퀄컴 주가를 고려했을 때 브로드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주주들에게 브로드컴이 퀄컴을 저가로 매수하려는 것이며 거래가 성사되면 각국 규제 당국의 독과점 조사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5세대(5G) 이동통신으로의 전환,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브로드컴의 제안에 응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결국 최근 불거진 애플,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중국, 대만 등에서의 반독점 갈등으로 떨어진 주가에 대한 불만을 브로드컴이 M&A에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사업 내외부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브로드컴은 퀄컴 M&A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호크 E.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고객으로부터 (퀄컴 M&A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퀄컴 주주들이 고무되어 있고 브로드컴의 제안에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브로드컴이 퀄컴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퀄컴 투자자 사이에서 반도체와 IP를 담당하는 라이선스 법인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갈수록 빡빡해지는 반도체 시장의 경쟁, 규제당국의 견제 등으로 퀄컴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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