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접거나 펼 수 있는 폴더블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폴더블폰이 라인업에 있다. 사업부장으로써 내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힌 것. 물론 ‘기술적 허들’, ‘몇 대 팔고 마는 식은 지양’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술이 충분히 농익었을 때 제품을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를 1893만달러(약 213억원)으로 예상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적용분야)이 확실하게 선보인 상황이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과 같이 연간 15억대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 출시된다면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올해 270만대에서 내년 1890만대, 오는 2022년 1억6300만대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이 시기에 폴더블폰이 나온다는 가정에서지만 상황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인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애플이 원하는 제품의 형태와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전무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애플 아이폰의 화면크기를 고려했을 때 3대를 나란히 놓으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되고 딱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폴더블폰이 완만한 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스마트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면을 접고 펴게 되면 그만큼 넓은 화면크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아이패드 화면크기가 9.7인치인데 이를 3등분하면 아이폰6플러스의 5.5인치가 된다”며 “폴더블 콘셉트로 제품이 나오면 (애플이) OLED 캐파(Capa·생산능력)를 모두 잡아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하지만 화면크기가 커졌으니 폴더블폰은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다. 갤럭시노트8과 아이폰X의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폴더블폰이 시장에 출시된다면 100만원 중반의 가격 책정이 예상된다. 때문에 수량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고 프리미엄 시장이 목표라고 봐야 한다.
◆OLED 낙수효과 2라운드=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면서 올해 OLED 설비투자(CAPEX)에 10조원 이상을 썼다. 탕정 ‘A3’ 6세대(1500㎜×1850㎜) 생산라인에서 월 3만장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되는 OLED 물량을 모두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렉시블 OLED 캐파는 2018년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는 조금씩 감소가 예상된다.
바꿔 말하면 관련 장비와 소재 업체에게 있어서 폴더블폰은 플렉시블에 있어 새로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애플향 플렉시블 OLED는 올해 1개 모델, 쌓아놓은 재고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내년 이후를 고려하면 3년 이내에 감가상각을 끝내고 다음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는 에스에프에이와 테라세미콘, AP시스템, 로체시스템즈, 톱텍, HB테크놀로지 등 장비 업체가 플렉시블 OLED와 마찬가지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폴더블 OLED에는 유리를 대체할 투명 폴리이미드(CPI) 적용이 필수적이므로 내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추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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