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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액티브X 퇴출, 용두사미 공(空)약 우려는 여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또다시 정부가 액티브X 퇴출을 선언했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도 액티브X 제거를 위해 팔을 걷어 올렸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진정한 액티브X 퇴출을 실현하려면 실행파일(EXE)이 액티브X를 대체하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인 졸속 행정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비용·절차 등에서 부담을 느끼는 민간기업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공공분야의 모든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를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불가피한 경우 ㅅEXE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웹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자정부 서비스 보안 강화 및 무분별한 프로그램 설치에 따른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박근혜정부 때 이미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전자상거래 이용 때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X 때문에 외국인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정부는 액티브X 이용을 개선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대적 홍보활동에 나섰다.

2014년 9월 민·관합동 ‘전자상거래 규제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2015년 4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주요 100대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상 웹표준 활용 솔루션 도입 지원 ▲액티브X 개선 위한 웹표준 활용기술 개발 지원 ▲인터넷 분야별 대표 웹사이트 선정 후 웹표준 전환 지원 ▲웹표준 사이트 인증제 도입 및 다양한 기술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행정자치부도 행정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 액티브X 부분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었다.

정부는 액티브X를 상당수 걷어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실행파일을 대체시킨 꼼수라는 혹평에 직면하게 됐다. 이용자들 또한 기대만큼 편리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평가다.

2015년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중국인이 구입하는데 엑티브X가 장애로 작용한다고 해서 폐지하기로 해놓고, exe로 바꾸겠다는 것은 대통령 취지와 정반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간 100대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액티브X 수는 358개에 달한다. 2014년 1644개에 비해 78.2%나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해외의 100개와 비교한다면 약 3.6배나 많은 수준이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6월부터 관련 계획을 추진해 1년만에 4460개에서 3071개로 액티브X 수를 줄였으나 국민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국민이용률이 높은 대표적인 대민행정서비스에서 평균 10개의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었다. 홈택스 19개, 건강보험공단 22개를 비롯해 인터넷 우체국 및 민원24 등에서 여전히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어 10대 공공사이트에 대한 개선작업을 진행키로 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ICT 현장 리더 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관리하는 모든 사이트에서 액티브X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것이 국정과제로 반영된 것.

사실,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특화된 기술로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유도한다. 보안상 취약성도 노출돼 있으며 프로그램 간 충돌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에는 제대로 액티브X를 없앨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맴돌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불가피한 경우 대체기술로 EXE를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이 전 정부 때처럼 이용자 불편은 그대로인데, EXE를 액티브X로 대체하기만 한 꼼수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액티브X를 완전히 없앨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프린터 부분인데, 진본 확인을 위한 원본 출력 개념의 프린터 모듈에 액티브X가 많이 쓰인다”며 “이같은 부분에 대한 대체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현행업무 방식을 개선하면 EXE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출력 대신 기관 간 정보공유를 통해 전달하거나, 블록체인을 활용해 위변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지 편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간 기업들을 어떻게 동참하게 하느냐도 관건이다. 홈페이지 운영자들이 액티브X를 제거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매출이나 수익적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액티브X를 없애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민간에까지 강제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웹표준을 활용하게 되면 웹사이트 운영 측면에서 관리 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환 유도를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 개발 및 솔루션 도입 등과 관련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액티브X에 대한 20여종의 대체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웹표준 및 실행파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액티브X가 다 제거된다고 해도 실행파일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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