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을 향한 KT와 LG유플러스의 연합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저지 후 KT와 LG유플러스의 관계가 뜨겁다. 이동전화 1위 사업자의 ‘규모의 경제’를 이동전화 2위와 3위 사업자가 뭉쳐 맞서는 모양새다. 내비게이션 사물인터넷(IoT) 음악에 이어 스팸차단 분야 동반성장을 추진한다.
11일 LG유플러스(www.uplus.co.kr 대표 권영수)는 KT 자회사 후후앤컴퍼니와 ‘후후-유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후후-유플러스는 후후앤컴퍼니의 ‘후후’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이다. 스팸차단과 분야별 연락처 검색 등을 제공한다. KT 가입자가 아니면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무료다. 후후-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 스마트폰에 선탑재한다. 지난 9일 출시한 LG전자 스마트폰 ‘X500’부터 적용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선탑재’다. 선탑재는 다운로드 방식에 비해 이용률이 높다. 후후는 SK텔레콤의 ‘T전화’와 유사한 서비스다. KT에 이어 LG유플러스 가입자 전원을 최소 고객 기반으로 삼게 됐다는 것은 T전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서비스 고도화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유리해졌다. 스팸차단 등은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가 경쟁력이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정보가 쌓인다. 또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광고 등 부가수익 기회가 늘어난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위와 3위 사업자가 힘을 모아 1위 사업자에 대항하는 것이 유효한 분야의 경우 협력을 늘려갈 것”이라며 “협력의 방법은 다양한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협력의 구체적 조건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국내 통신사가 자발적인 협력을 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다. 양사는 지난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반대한 것이 계기다. 2016년 LG유플러스 대표로 권영수 부회장이 취임하며 양사 사업협력이 싹을 틔웠다. 협력의 방향은 SK텔레콤 견제다.
양사 작년 2월 내비 서비스를 팅크웨어 ‘아이나비’로 교체했다. KT는 ‘올레아이나비’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네비’로 이름과 사용자환경(UI)만 다르게 했다. SK텔레콤 ‘T맵’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엔 IoT 협력을 발표했다. SK텔레콤 IoT전용 네트워크 ‘로라(LoRa)’의 대항마 협대역(NB)-IoT 생태계 지원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엔 LG유플러스가 KT의 자회사 2대 주주가 됐다. 음악서비스 ‘지니’를 함께 제공키 위해서다. 역시 SK텔레콤의 음악서비스에 맞서는 것이 목적이다.
한편 양사의 유대가 이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G유플러스가 직접 투자를 한 음악 외에는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다. 내비 시장 주도권은 이미 T맵이 쥐고 있다. T맵은 KT LG유플러스 가입자도 쓸 수 있다. IoT 협력의 경우 선언에 그쳤다. 양사는 각자 투자와 생태계 구성을 하는 중이다.
LG유플러스가 KT의 서비스를 가져다 쓰는 구조도 미래 불확실성을 키운다. 결국 KT와 LG유플러스는 경쟁자다. 양사의 동행은 KT는 이용자를 상대적으로 쉽게 불릴 수 있다는 점 LG유플러스는 없는 서비스를 적은 비용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은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 여기에 KT는 대표의 변경에 따라 경영의 방향을 변경했다. LG유플러스와 협력은 황창규 KT 대표의 결정. 황 대표 임기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그러나 KT는 연임에 성공한 대표가 임기를 마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