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의 가상화, 클라우드 도입은 주변 국가와 비교해 많이 뒤쳐져 있습니다. 빅 모놀리식(monolithic, 수직 통합형) 구조에서 이제 앱 중심의 현대적 데이터센터로 변모해야 할 시점입니다.”
전인호 VM웨어코리아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유난히 오라클(DB)과 유닉스(서버)가 강한 나라”라며 “이와 함께 양극단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불균형이 심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VM웨어코리아의 수장으로 부임한 그는 앞서 약 27년 간 한국HPE에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기업용 하드웨어 사업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특히 2011년엔 국내 유닉스 확산의 공을 인정받아 HPE 아태 및 일본지역(APJ)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 총괄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BCS는 유닉스 서버와 같이 기업의 핵심 업무에 사용되는 시스템을 총괄하는 부서다. 그동안 주도해 온 메인프레임->유닉스 다운사이징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은데 따른 것이다. 최근 가상화, 클라우드 등의 영향으로 x86 서버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금융권에선 유닉스가 핵심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메인프레임이라는 거대 시스템에서 유닉스와 같은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전환을 주도한 인물이 VM웨어에 합류하면서 다시 가상화·클라우드와 같은 분산형 컴퓨팅 환경 확대에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전 대표는 “90년대~2000년대 초반에는 유닉스 서버가 기업의 핵심 인프라로 각광받던 시기였지만,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으로 환경이 바뀌었다”며 “기존에는 노후화된 하드웨어(HW)만 바꾸면 됐지만, 현재는 앱이 우선이고 이것이 곧 서비스가 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 입장에선 기존 모놀리식 구조를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로 바꿔, 빠른 시간 내에 비즈니스(현업) 부서에서 요구하는 속도의 앱 개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빠른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혁신과 동시에 보안도 기업의 IT담당자가 책임져야 할 숙제다.
결국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의 많은 파트너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과거 새로운 시스템을 가기 위해선 주로 액센추어와 같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이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경영진을 설득하면 톱-다운 방식으로 곧장 실행에 옮겨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러 혁신적인 파트너와의 교류와 배움 끝에서 전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 많은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영구적인 SW라이선스 판매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구독 방식으로 정책을 점차 변경하면서, 결국 기업이 좋든 싫든 ‘클라우드 환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 되면 대부분의 IT인프라가 ‘멀티 클라우드’ 환경으로 결과도 있다”며 “이는 앞으로는 클라우드를 도입하겠다, 안하겠다는 선택이 아예 없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의 IT를 운영하거나, IT가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회사를 제외한 업체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예전에는 한 업체에서 하드웨어(HW)와 운영체제(OS)를 모두 만들고, 그 위에서 앱이 잘 돌 수 있다고 했다면, VM웨어 가상화의 등장으로 HW와 OS가 분리됐으며 이제 ‘크로스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며 “크로스 클라우드는 AWS이나 MS, IBM 등 어떠한 클라우드 환경에서든 앱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VM웨어는 현재 ‘어떤 클라우드 환경에서든 다양한 앱과 디바이스를 지원한다(Any cloud, any app, any device)’라는 슬로건을 통해 ‘크로스 클라우드’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는 많은 비즈니스 앱들이 가상머신(VM)에서 동작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그에 따르면, 여전히 한국의 가상화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VM웨어를 현재에 있게 한 서버 가상화의 경우, 해외는 80~90%가 이미 실현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25~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의 앱들이 대부분 VM에서 구동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선 가상화율이 높아져야 한다.
그는 “현대적인(modern) 앱을 수용하기 위해선 결국 가상 환경으로의 구현이 먼저 돼야 하며, 데이터센터 전체가 가상 환경으로 구현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측면에선 오히려 서버 가상화나 네트워크 가상화보다 더 클 수 있는 분야에 스토리지 가상화”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 각 분야별 가상화 환경 확산과 함께, 클라우드 매지니먼트(관리)를 위한 ‘크로스 클라우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스토리지 가상화 등의 시장보다 클라우드 관리 시장이 5배 정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VM웨어 밸리데이티드(검증) 디자인’이라는 큰 브로슈어를 보여줬다. 큰 장표에 고객의 인프라 단계별 도입 로드맵이 한눈에 보였다. 그는 “이를 갖고 다니면서 고객을 만날 때마다 항상 보여주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관리 포털만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그는 VM웨어 한국 지사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고 일에 몰입하는 모습, 목표의 성취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그는 “VM웨어의 기업 문화가 굉장히 좋다”며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나 봉사활동을 강조한다. 지난주에도 성모자애복지원에서 직원들과 사과식초를 만들기 위한 사과썰기를 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이어 “또 열심히 하면 누구나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후계자 비전을 심어주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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