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의 쓰임새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우주개발에도 접목되면서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오는 2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오스틴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오픈 플랫폼 측정제어 기업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의 연례 컨퍼런스 ‘NI위크’에서 HILs의 적용 사례가 다양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HILs는 사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모사(模寫)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전자제어장치(ECU)라면 자동차가 현재 달리고 있다고 판단하도록 꾸미고 다양한 요소를 적용해 실험실 환경에서 원하는 만큼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NI위크에서 아우디가 지구 25바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물리적으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체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활용해 자율주행차를 제작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센서의 인식률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자율주행을 위한 갖가지 데이터를 뽑아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거리를 달려야 하므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HILs를 이용하면 수고를 크게 덜 수 있다.
올해 NI위크에서는 자동차는 기본이고 에너지와 인공위성에까지 HILs가 사용된 사례가 소개됐다. 프랑스 전장부품 업체인 발레오는 ADAS의 일종인 자동주차 기술을 소개하면서 단거리(초음파), 중거리(레이더), 장거리(라이다·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에 적용되는 센서를 융합하는 방법을 선보였다. 자동차의 크기, 운행되는 지역, 주행 환경이 제각각이므로 HILs를 이용해 데이터를 추출했다고 보면 된다.
오팔LT는 전기차(EV)에 장착되는 배터리를 대상으로 했다.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EV는 테스트를 진행할 때 실제로 거리를 주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연비는 사실상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타이어, 온도, 습도, 날씨, 탑승자 몸무게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HILs는 ECU를 속여 EV용 배터리의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중국 창광위성이라는 기업은 HILs를 우주개발에 활용했다. 지난 2014년 창립됐지만 벌써 인공위성을 3개나 우주에 띄웠다. 성능도 기존 상업용 인공위성에 못지않을 정도로 높았다. 지표면의 건물이나 그림자, 자동차의 모습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업체는 오는 2020년까지 인공위성을 60개 더 올린다는 계획이다. HILs를 통해 인공위성 제작 시간을 5배나 단축시킨 덕분이다.
NI 관계자는 “HILs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단순히 타임투마켓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서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오스틴(미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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