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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니콘, ASML에 특허침해 소송…노광 장비 주도권 쟁탈전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일본 니콘이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 ASML을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두 업체는 전 세계 노광(露光) 장비 업계의 쌍두마차다.

특히 ASML은 7나노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소송은 EUV가 아닌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이라지만 현재 주력으로 사용되는 노광 기술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니콘은 ASML 이머전 노광 장비가 자사 특허 11건을 무단 침해했다며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 법원과 도쿄 지방 법원에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광 장비는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라 부르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며 웨이퍼에 빛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그리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ASML은 “니콘이 세 개 국가에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발표를 접했다”며 “아직까지 이번 소송과 관련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특허권 위반에 대한 혐의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 니콘은 독일 칼자이스를 상대로도 현지 만하임 지방 법원에 같은 소송을 냈다. 칼자이스는 렌즈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노광 장비에 쓰이는 부품도 공급하고 있다. ASML은 지난해 독일 자이스 산하 반도체 사업부문인 칼자이스SMT의 지분 24.9%를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니콘이 ASML과 갈등을 빚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이머전 노광 장비가 처음 개발된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니콘은 ArF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물을 이용한 이머전 기술을 개발했다.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회절(回折, diffraction)과 산란(散亂, scattering) 현상을 최소화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해상력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으나 개념적 특허라는 점에서 일부 노광 장비 업체와 특허소송을 벌였다. 당시에도 ASML과 칼자이스가 대상이었고 법적 공방을 벌이다가 2004년 포괄적 특허 공유 협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특허는 2009년을 기준으로 사용계약이 끝났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유예기간도 2014년에 마무리됐다. 니콘은 ASML과 칼자이스에 새로운 특허 계약을 요구했으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우시다 카즈오 니콘 사장은 “ASML이 니콘의 이머전 노광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존중은 공정한 경쟁의 기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니콘이 제기한 소송은 근거가 없으며 지난 몇 년 동안 상호 특허 사용 계약 연장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니콘이 협상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ArF 이머전 노광 장비는 ASML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16 회계연도에서 매출액 비중은 76.3%에 달했다. 이를 발판으로 EUV 노광 장비에까지 손길을 뻗쳤다고 봐야 한다. 니콘은 아직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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