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7나노부터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 장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10나노에서는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EUV 노광 장비의 도입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을 인텔이 발표하자 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의 주가는 4%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라 부르는 노광(露光)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EUV 노광 장비는 빛 파장이 13.5nm로 짧아 회로 선폭이 10나노 미만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으나 광원 에너지 부족 등의 문제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머전 ArF 노광 장비의 빛 파장은 193nm에 불과하지만 회로 패턴을 두 번에 나눠 형성시키는 더블패터닝 혹은 쿼드러블패터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추세다.
10나노에서 EUV 노광 장비를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 TSMC도 마찬가지다. 먼저 삼성전자는 하반기 10나노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앞둔 가운데 적어도 10나노까지는 이머전 ArF 기술을 이용하고 1세대 LPE(Low Power Early) 공정부터 접목할 계획이다. 10나노는 물론이고 초기 7나노까지 EUV 기술과 함께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이머전 ArF와 EUV를 혼용해 사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노광 장비를 활용하는 셈이다.
10나노는 올해 하반기에 위험생산(Risk Production)부터 이뤄진다. 위험생산은 공정 도입 초기 불량에 대비해 생산 비용을 파운드리가 부담하는 개념으로 본격 양산에 돌입하기 위한 과정이다. 1세대 LPE가 우선 적용되며 2017년부터는 LPP(Low Power Plus)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꿔 말하면 인텔이 7나노부터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10나노 시대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행 14나노에서 10나노로의 전환은 성능보다는 원가절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14나노 LPP에서 10나노 LPE·LPP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성능은 10~20% 높아지고, 다이면적은 3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14나노 이전, 20나노보다 28나노가 꾸준히 사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인텔은 올 하반기 공식 출시되는 7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카비레이크)부터 14+ 공정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10나노에서는 10, 10+, 10++ 공정이 운영되므로 카비레이크가 마지막 14나노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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