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김영선 ASML코리아 사장은 “일 평균 300mm 웨이퍼 1500장을 처리할 수 있은 양산라인용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露光, Photo Lithography) 장비를 2016년 공급할 예정”이라며 “2016년 이후로는 EUV 장비가 한국 법인은 물론 본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26일 국내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대형 고객사 두 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위치한 한국은 본사 매출의 3분의 1의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노광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네덜란드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 이은 세계 2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직접적 경쟁사로는 일본 니콘이 있지만 기술력 격차가 커 사실상 ASML이 노광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인텔, TSMC, 삼성전자로부터 약 2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소자 업체에 ASML은 그 만큼 중요한 협력사로 인식되고 있다.
노광은 설계 레이아웃이 세밀하게 새겨진 마스크(Mask) 혹은 레티클(Reticle) 유리 원판 위로 광원을 쏴 감광액(Photoresist)이 도포된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필름 사진을 현상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핵심으로 꼽힌다. 노광 장비의 성능은 광원 파장으로 결정된다. 파장이 짧으면 빛의 회절(回折) 현상을 줄여 보다 미세한 회로 패턴을 웨이퍼 위에 형성할 수 있다. 업계는 그간 빛 파장 줄인 노광 장비를 단계적으로(436→405→365→248→193nm)을 선보여왔다. 현재 양산 라인에서 주로 활용되는 고사양 노광기는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장비다. 193nm 빛 파장의 ArF 기술에 액침(웨이퍼와 노광기 사이에 물을 넣어 빛 굴절률을 높인 형태) 기법을 더해 해상력을 높인 장비다.
그러나 이머전 ArF 노광 장비로 형성할 수 있는 물리적 회로 선폭 한계치는 38나노에 그친다.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소자 업체들은 이머전 ArF로 회로 패턴을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눠 형성하는 더블패터닝, 트리플패터닝 기술을 도입해 20나노 이하까지 선폭을 좁혀왔다. 그러나 이런 다(多) 패터닝 공정을 도입하면 생산 시간이 길어지고 증착 및 식각 등 도입 장비 수도 늘려야 한다. 공간을 더 잡아먹으므로 생산라인의 총 생산용량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EUV 장비는 빛 파장이 13.5nm로 짧아 회로 선폭이 10나노 미만인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적합하다. ASML은 EUV 광원 에너지 부족으로 웨이퍼 처리량이 떨어지는 핵심 문제도 일부 해결했다. IBM은 지난 7월 ASML의 EUV 노광 장비인 NXE3300B를 활용해 44와트(W) 광원으로 시간당 34장, 하루 637장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하루 5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EUV 장비 데모를 통해 가장 큰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업계에 알렸다”며 “핵심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일 웨이퍼 처리량을 1000장, 1500장 이상으로 높이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V 장비 가격이 이머전 ArF 장비 보다 비싸고 처리량 역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머전 장비의 일 웨이퍼 처리량은 3500~4000장)이지만 다 패터닝 공정 도입을 억제할 수 있어 총 시설투자비나 공간 활용 등 경제적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초기 양산형 EUV 장비는 로직칩 생산 라인에 먼저 도입될 것”이라며 “D램 라인에선 10나노대 중반 공정으로 이르면 2017년부터 EUV 장비를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SML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20년 매출 규모를 100억유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ASML의 매출액은 52억유로였다. EUV 장비가 양산 라인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매출도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ASML의 설명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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