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네덜란드 ASML은 노광 기술 하나로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매출액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EUV 장비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무어의 법칙’을 연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김영선 ASML코리아 사장은 <인사이트세미콘>과의 인터뷰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무어의 법칙을 연장시켜 줄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V 노광 장비로 생산될 반도체는 10나노 이하의 로직, 20나노 이하의 메모리(D램)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사장은 “40나노대에서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반도체 업계는 이를 극복하고 10나노대를 열었다”며 “지금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어의 법칙은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 올해는 무어의 법칙이 나온 지 50 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산업적 관점에서,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무어의 법칙이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된 모든 진보의 배경에는 무어의 법칙이 있습니다. 반도체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항상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매우 놀랍습니다. 이 반도체 발전 자체는 산업 전반이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일종의 척도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반도체 크기는 갈수록 더 작아지는 반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은 날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이 발표된 50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성능은 3500배 늘었지만 가격은 6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도록 발전을 일궈냈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 무어의 법칙은 자연의 법칙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무어의 법칙이 이어져올 수 있었던 데에는 소자 업체들의 노력도 물론 중요했지만, 후방 산업인 장비 업계의 혁신 노력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평가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무어의 법칙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재들과 학계의 노력의 산물입니다. 무어의 법칙이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던 과정에는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이를 이뤄내기 위한 수 많은 노고가 있습니다. 물론 ASML 또한 노광 공정에서 이러한 발전을 가능케 하도록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갈 것입니다.”
- 그러나 무어의 법칙 50 주년을 맞은 지금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매년 무어의 법칙이 발표된 시기가 올 때마다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업계의 끝없는 노력을 통해 유지돼 왔습니다. 40나노대가 한계라고 했을 때도 있지만 더블패터닝과 같은 기술들을 통해서 무어의 법칙을 계속 지켜온 것 처럼 말이죠. 앞으로 무어의 법칙에 대한 회의는 있겠지만 반도체 업계의 노력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다.”
- 전체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노광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 혹은 중요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무어의 법칙대로 매 기간마다 집적도를 2배 증가시키려면 더 세밀하고 정밀하게 구현해 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광 공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노광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다른 많은 부분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이뤄낼 수 있습니다.”
- EUV의 장비 성능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조만간 양산 라인에도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인사이트세미콘> 6월호의 스페셜리포트에서도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이 장비가 양산 라인에 도입될 경우 어떤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EUV 없이 현재의 해상력을 구현하려면 멀티패터닝 등의 방법으로 노광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싱글 패터닝을 할 때보다 반복적으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만드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이에 따라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 바로 EUV 입니다. 물론 EUV는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에 거쳐 EUV 장비가 성능 테스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등 양산 라인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발전이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 EUV 장비가 무어의 법칙을 연장할 수 있는 기계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EUV 를 이용한 노광공정을 노광공정 외 다른 공정에서의 기술 발전과 함께 로직 10나노 이하의 공정과 메모리 20나노 이하 공정에서 쓰이게 되면서 무어의 법칙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10나노 중반대를 기점으로 주요 업체들이 3D 적층 형태로 구조를 바꿨다. 이에 따라 향후 낸드플래시의 집적도 확대에는 노광 장비의 성능보단 식각, 증착 분야 장비의 중요성이 보다 커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EUV 장비의 성능 개선을 위해 어떤 부분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현재 ASML은 정기적으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마스크(Mask) 제조사를 초청해 기술 발전과 협업 관련 부분을 논의하는 등 EUV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ASML 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EUV 의 생산성인데, 현재 1 일 1000장 이상 처리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이머전 장비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치입니다. 따라서 ASML 은 EUV 로드맵에 따라 250W 환경에서 1500 장 이상의 생산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EUV 장비의 가용성(availability) 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장비를 가동할 수 있어야 양산에 사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협력사 혹은 고객사와 EUV 장비를 상용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고객사와는 R&D 단계에서부터 많은 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동반자의 관계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ASML 코리아는 최근 직원 수를 650 명 수준으로 늘리고, 앞으로도 더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ASML 코리아의 입사를 원하고 있는 인재들을 위해 ASML의 비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동료들과 조화롭게 협업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을 갖는 인재를 원합니다. 또한, ASML은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마인드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객을 이해하려는 자세도 중요하고요.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 역군의 한 축인 노광분야의 전문가가 꿈이라면 ASML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열린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ASML 에 많은 한국 청년들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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