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라고 떠들썩하지만 미세공정 한계돌파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는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하지만 최근의 사이클은 분명히 예전과 맥락이 다릅니다. <인사이트세미콘>은 창간 2주년을 맞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되짚어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편집자 주>
올해 각 시장조사업체가 예상한 전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는 3700억달러(약 422조5400억원)에서 3900억달러(약 445조38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1000억달러(약 114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이 확실시된다. 이는 지난해 초반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스마트폰과 같은 대표적인 전방산업 제품이 몇 년 동안 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후방산업에서의 가격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시장 대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후방산업의 물량 확대 한계가 겹치면서 호황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가령 D램은 이미 치킨게임이 끝난 상태로 업체별 시장점유율이나 순위에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1강(삼성전자), 2중(SK하이닉스, 마이크론), 2약(난야, 윈본드) 구도는 여간해서는 깨지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량을 적절히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우선이 분명하지만 과도한 수익성 증가는 전방산업의 세트업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스템반도체는 어떨까. 이 시장은 각자의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한 덕분이다. 소니는 파나소닉, 퀄컴은 NXP(프리스케일),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리니어테크놀로지, 아바고테크놀로지는 브로드컴을 각각 품에 안았다.
우리나라 업체가 탄력을 받아 힘을 낼 수 있는 분야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정도가 손에 꼽힌다. 나머지 시장은 진입장벽이 상당하다보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에 적극적으로 손길을 뻗고 있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반자율이나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각 종말단계까지 뻗어있는 센서를 잘 만들고 이를 통합하도록 도와주는 반도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의미여서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도 함께 커지게 된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가 중장기 안목이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는 기업, 교육기관이 손잡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 상태. ▲저전력·초경량·초고속 반도체 설계기술 확보 ▲반도체 수요·공급 협력 ▲반도체 설계·생산 연합체 구성 등을 위한 정책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위탁생산(파운드리)은 공정 다변화가 핵심이다. 미세공정의 한계로 인해 반도체 설계와 디자인에 대한 비용 증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서 폭발적인 혁신보다는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혁신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파생공정의 확대를 통해 미세공정 극복의 디딤돌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공정 접목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10나노와 7나노의 후속으로 8나노와 6나노를 준비하고 있다. TSMC가 16나노에서 12나노로의 전환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공정 도입으로는 완전 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ully Depleted Silicon On Insulator, FD-SOI) 공정이 효과를 보고 있다. FD-SOI는 기존 CMOS 반도체와 비교해 동작하는 전압이 낮아 전력소비량은 물론 원가절감에 유리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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