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입찰에서 일본 정부가 후지쯔, 후지필름홀딩스 등 자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1차 입찰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브로드컴 연합뿐 아니라 애플, 구글, 아마존까지 참여했지만 일본 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WD)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으나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르네사스처럼 정부 주도로 펀드를 모아 해외로 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은 전례가 있고 도시바가 사라지면 일본 기업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무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과 경제계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쯔와 후지필름홀딩스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 하나당 100억엔(약 1000억원)을 출자해 정부계 펀드 출자를 더하고 5000억엔(약 5조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일부 미국계 기업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지쯔나 후지필름홀딩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이다. 후지필름홀딩스의 경우 후지필름에서 2000년대 ‘xD픽처카드’라는 플래시 메모리 규격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콤팩트플래시(CF), SD카드, 메모리스틱 등과 함께 치열한 표준 경쟁을 펼쳤으나 채택한 기업이 후지필름, 올림푸스에 불과해 시장에서 도태됐다.
후지쯔와 후지필름홀딩스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서로 다르고 각자의 영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후지쯔는 정보통신산업에서, 후지필름홀딩스는 문서 서비스, 포토 이미징, 헬스케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후지필름홀딩스만 하더라도 2016년 기준으로 매출액 2조4916억엔(약 25조6000억원), 영업이익 1911억엔(약 1조9600억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후지쯔가, 영업이익은 후지필름홀딩스가 더 높다.
한편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부문, 백색가전에 이어 TV사업부도 매각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 TV사업부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일본 TV 브랜드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 TV 업계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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