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는 물론 소재, 라인업, 공급망관리(SCM) 등 모든 요소에 걸쳐 변화를 시도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백라이트유닛(BLU), 양자점(QD)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은 주요 부품과 소재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와 달라진 TV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향후 10년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 밑바탕이라고 봐야 한다.
12일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선보인 ‘QLED’ 브랜드 공개와 함께 라인업 재편, 미래 사업 전략을 위해 밑바탕부터 연구개발(R&D)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AP 설계를 바꾼다. 현재는 쿼드코어 기반에 ARM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적용되어 있으나 최신 버전의 다이렉트X 지원이 불가능하고 3D 성능이 경쟁사보다 뒤떨어지는데다가 울트라HD(UHD) 콘텐츠 재생에 있어서 약점을 보인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됐다. 그동안 ARM은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 설계자산(IP)과 함께 GPU IP를 사실상 끼워팔기 형태로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하지만 아키텍처의 한계로 인해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더 이상 매력적인 IP가 아니게 됐다. 시스템온칩(SoC) 설계에서도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ARM의 GPU IP는 지난 2006년 GPU 업체인 ‘팔랑스’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말리’ GPU 브랜드를 확보한 바 있다.
원가절감을 위해 백라이트유닛(BLU)은 알루미늄 소재 반사판으로 바꾼다. 보급형 직하 발광다이오드(LED) 방식 액정표시장치(LCD) TV에 적용된다. LED 수를 줄이면서도 휘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하 방식의 단점이었던 두께를 줄일 수 있으면서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확산렌즈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퀀텀닷(QD, 양자점) 시대를 대비한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CES 2017에서 선보인 QLED TV는 빛이 QD를 거치면서 발광(Photo Luminescence, PL)하는 방식이다. 전기를 흘리면 발광(Electron Luminescence, EL)하는 방식, 이른바 ‘자발광’을 위한 기초 R&D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QD 소재는 무기물로 알려져 있지만, 코어와 코어를 둘러싸고 있는 쉘만 무기물이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QD 소재를 일정 크기까지 키우기 위한 리간드는 유기물을 쓴다. 삼성전자는 리간드가 유기물이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명 문제를 비롯해 에너지준위 차이로 인한 효율 문제, QD 소재를 발광층에 패터닝하는 기술 등의 기술적 한계를 시간을 두고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QLED는 궁극적으로 농익은 OLED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TV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삼성전자가 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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